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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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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꼴
굴림체
개발자대한민국

굴림체한글 글꼴로 1970년대 중반부터 사용하는 둥근 글꼴의 일종이다. 이 글꼴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았던 둥근 글꼴의 영향하에 형성된 글꼴이다. 기술적으로는 일본의 둥근 글꼴인 가나 글꼴, '나루체'에서 영향을 받아 글자의 획 끝과 모서리 부분이 둥글다. 개발 시기인 1970년대에는 신선한 글꼴이었으며, 글자 구분이 잘 되어 책자 제목에 활용하거나, 사진 식자 방식으로 사용했으며, 기계로 글씨를 제작하기도 편리하였다. 특히, 간판 등의 글씨 제작에서 굴림체는 작은 드릴을 이용한 당시 기계를 이용한 표기에 편리했으므로, 쇠나 나무, 플라스틱 재료의 명판과 이름표, 간판 등에 글씨를 새기는 작업에 널리 이용하였다. 그 후 대표적인 한글 글꼴 중 하나가 되어 개인 컴퓨터 도입 시기에 설치하는 주요 글꼴이 되었고, 현재까지 일부 공문서 등에도 여전히 사용한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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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 글꼴

굴림체의 글꼴 유형은 '둥근 글꼴'(영어: rounded typeface 라운디드 타이프페이스[*]) 계열이다. 유럽로마자 알파벳 글꼴 중 바우하우스 운동에 참여한 '허버트 바이어'(Herbert Bayer)가 1925년 둥근 글꼴인 '유니버설 글꼴'를 개발하였고, 이를 기반한 확장판으로 '조 테일러'(Joe Taylor)가 1969년 '바우하우스 글꼴'을 설계하며 로마자 알파벳 글꼴에서 둥근 글꼴(rounded typeface) 유형을 형성하였다. 바우하우스 운동에서 형성 발전한 '둥근 글꼴'을 수용한 일본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나카무라 유키히로'(中村征宏)가 1973년 '나루체'(나카무라 라운드 서체)[1]를 개발하였고, 굴림체는 나루체의 영향을 받았다. 개발 당시에는 컴퓨터가 아니라 사진 식자와 수동 식자를 위해 개발하여 제목을 쓰는 용도의 글꼴로 명판 제작과 같은 업무 효율성을 위해서 만들었다. 굴림체는 개발 초기부터 '태나루', '견나루' 등의 이름으로 개발하여서, 글꼴 이름에서 일본어 나루체의 형태를 도입했다고 알려준다.

개발 당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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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폴크스바겐 로고 글꼴

굴림체는 사진 식자와 수동 식자 등을 위한 글꼴로 개발하였다. 개발 당시에는 기존 한글 글꼴과 차별화된 글꼴이었다. 문서 인쇄에서 본문은 주로 바탕체를 사용하였고, 제목은 굴림체를 활용했다. 굴림체는 본문보다 제목이나 강조를 위한 용도였으므로, 간판이나 명판을 제작하는 기계화를 위한 글꼴로 쓰였다. 철판이나 플라스틱에 명판을 제작하거나 정밀한 간판을 만들 수 있는 글꼴이 필요하던 시기에 일본의 나루체에서 영향을 받은 한국식 둥근 글꼴이었던 굴림체는 글꼴의 끝과 모서리가 둥글어 기계를 이용한 명판, 이름표, 간판 등을 제작하기 쉬워 널리 사용하였다.

이 한국식 둥근 글꼴(굴림체)를 이용한 명판 제작 기계는 작게 홈을 판 글꼴본을 만들고 그 홈을 따라 글을 쓰면 집게 모양의 장치 끝에 달린 드릴이 작동하며 글자를 새겼다. 이 집게 길이를 조정하면서 글꼴의 크기와 간격을 조절하였고, 그 기계의 집게 장치 끝에 붓이나 필기구를 달고 글씨 틀을 만들어 칠을 하면 간판 제작도 가능했다. 부착한 드릴이 물리적으로 둥근 원형을 파내기는 편리하지만, 각진 사각형을 파내기에는 불편했으므로, 획 끝과 모서리가 둥근 굴림체는 1970년대에 효율적으로 기계를 사용해 글씨를 새기기에 당시 어떤 글꼴보다도 유용하였다.

이 한글식 둥근 글꼴을 사용하던 1970년대 인쇄환경에는 현재의 바탕체와 비슷한 글꼴 몇 개와 돋움체 몇 개 정도만 있었고, 실생활에는 대부분 타자나 손으로 쓰는 붓 글씨펜 글씨가 주류였다. 문서 제목이나 안내 명판과 간판, 이름표에 굴림체를 사용하면서 굴림체는 중요한 명판이나 서류에 쓰는 글꼴이라고 인식하였다[2]. 1990년대까지도 주요 기관이나 기업체에서도 안내판이나 부서명에 굴림체를 사용하였다. 글꼴이 다양하지 않던 시기에 굴림체는 읽기 좋고, 기계화하기에도 편리한 글꼴이었다. 유명 자동차 기업인 독일의 폴크스바겐의 1970대와 80년대의 로고 글꼴[3]도 굴림체와 유사할 정도로 1970년대에는 이러한 둥근 글꼴 모양이 신선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컴퓨터에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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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개인용 컴퓨터가 도입하던 시기에 한국식 둥근 글꼴 일종인 굴림체가 우선적인 글꼴이 되면서 현재까지도 그 영향이 크다. 한양정보통신이 개발한 굴림체가 1992년 한글 윈도우 3.1에 기본으로 설치하면서 21세기 현재까지도 문서나 인터넷 상에서도 기본적으로 이용한다. 당시 바탕체와 돋움체, 굴림체를 자동으로 설치하였고, 한국어 윈도우 3.1의 기준 글꼴은 바탕체였으나, 정작 실제 사용 화면에는 굴림체를 최우선 글꼴로 사용했다.

굴림체는 낮은 해상도였던 1990년대 모니터에서 기본 제공 글꼴인 바탕체, 돋움체, 굴림체 중에서 가장 선명하게 보였다. 윈도우 3.1 시기에 기본으로 제공하고 출력한 종이에서 가독성이 더 좋은 바탕체나 돋움체가 당시 모니터 기술로는 굴림체보다 선명하지 못해 모니터 화면으로 작업하는 이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 화질과 선명도가 낮은 흑백 모니터에서 바탕체는 획 끝이 깨진 것처럼 보였고, 돋움체는 찌그러진 것처럼 보였다. 선명도가 낮은 흑백 모니터 화면에서 기본 설치 글꼴 중에서 가장 읽기 편한 글꼴이 굴림체였다. 이후 굴림체는 전산 기본 글꼴로 자리매김했다.

1990년대 대한민국의 대부분 컴퓨터에 OS인 윈도우 3.1 이후에 기준 글꼴에 기본글꼴로 설정했던 굴림체는 MS 오피스파워포인트워드, 엑셀 등 거의 모든 앱의 기본 글꼴이 되었다. 컴퓨터에 기본으로 설치한 글꼴이었으므로 각종 문서 본문에도 사용하였다. 2007년 윈도우 비스타부터 맑은 고딕이 기본 글꼴이 되었지만 초기에 맑은 고딕의 문제들로 비스타 발매 이후에도 굴림체를 사용했다. 비스타 이후 윈도우 시리즈에서도 맑은 고딕과 혼용했다. 윈도우 10에서 모든 표기에 맑은 고딕을 적용하지만,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첫 구동할 때 일부에서 굴림체가 나타나기도 한다[4]. 개발자들 일부는 여전히 안전성의 이유로 굴림체를 활용하기도 한다.

굴림체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사용자에게 기본적으로 배포하는 무료 글꼴로 흔히 알지만, 이 글꼴은 엄연히 한양정보통신이 저작권을 가진 유료 글꼴이다. 윈도우 환경이 아닌 경우에는 사용 가능 여부를 타진하고 활용해야 한다.

글꼴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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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사용의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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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범위하게 사용하던 굴림체는 제목, 표지판, 안내문, 보고서 등에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넌더리가 나는 글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더 이상 중요한 문서에 사용하는 글꼴이 아니라 성의 없는 느낌의 글꼴이 되었다. 이미 2000년에 발행했던 파워포인트 학습 책자에서도 발표에 굴림체를 되도록 사용하지 말라고 소개할 정도였다.[5] 윈도우 비스타 이전에는 글꼴이 다양하지 않았지만 비스타 등장 이후부터 2010년대에는 다양한 글꼴이 등장하였고, 다양한 상황에 적절한 글꼴을 사용하는 환경이 되면서 굴림체는 더 이상 문건이나 간판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 굴림체는 1970년대 글꼴 제작 기술로 개발하였으므로 2010년대의 다양한 글꼴들과 비교하면 가독성이나 미적 수준이 떨어지고, 구태의연한 느낌이 든다. 현재, 굴림체는 대부분 사람들이 성의 없는 글꼴로 여기며(결국 이 글꼴의 별명은 "제 2의 Comic Sans"이 되었다.), 싫어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아서 조심해서 활용해야 하는 글꼴이다.

안정적 전산 환경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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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3.1의 기본 글꼴 영향으로 현재까지도 한국어를 표기하는 환경만이 아니라 전산 시스템에서 가장 안정성이 높은 글꼴이 굴림체이다. 바탕체와 돋움체도 굴림체만큼이나 전산에 보급된 글꼴이긴 하지만 1990년대 초부터 전산에서 굴림체를 기본 글꼴로 사용하여 아직도 그 영향은 남아 있다. 2020년 기준으로도 높은 안정상이 필요한 웹 환경이나 국가 전산망, 기타 전산망에서 제공하는 전산 문건에서는 굴림체가 가장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2020년 기준으로도 다양한 전산 환경에서 가장 안정적인 글꼴이 여전히 굴림체이다. 웹 환경에서 맑은 고딕만을 기본값으로 사용할 경우 레이아웃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여전히 굴림체가 안전성을 위해서 함께 사용된다. 윈도우 환경에서는 제일 안정적인 글꼴이므로 케이블 방송의 영화 채널에서 자막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국가기관에서 전산으로 발행하는 고지서나 영수증, 증명 문건 등에서도 사용한다. 대한민국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에 가장 많이 설치된 글꼴이 굴림체이고, 전산 작업에서 가장 안정성이 좋은 글꼴이 굴림체이다. 국가기관에서 발행하는 전산 문서의 글꼴을 바꾸면 다양한 기존 문서 양식을 전부 수정 보완해야 하므로 글꼴을 바꾸지 않고 굴림체를 활용한다.

전산에서 안정성이 높은 글꼴이므로 보안과 안전이 필요한 전산 문서에서도 여전히 사용한다. 전산으로 발행하는 2020년 대학 입학 접수문서에서도 대부분의 대학은 굴림체로 입학문서를 제공하였다. 안정성이 중요한 입학 관련 문서이므로 굴림체를 사용하지 않은 대학도 바탕체나 돋움체, 맑은 고딕으로 전산에서 기본 글꼴만을 이용한 문서를 제공하였다.

보수적 기관에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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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서 여전히 보수적 표현과 낫표 등을 사용하는 정부기관에서는 글꼴에서도 보수적이어서 행정부, 국회, 법원에서는 여전히 굴림체를 문서와 안내판, 건물표지, 현수막 등에 사용한다.[6] 국회에서는 국회위원 명패와 현황판, 안내판 등에서도 사용하며, 법원에서는 건물명 표기나 안내문 등에 여전히 사용한다.

일반적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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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는 성의 없는 글꼴로 여겨 문서나 표지, 간판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7].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 감독이 제작한 영화에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에 굴림체로 작성한 간판이나 표식 등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예외적으로 2010년대 후반에 복고풍이 유행하며 복고 분위기에 굴림체를 일부 방송이나 광고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하거나 상황을 희화하며 쓰기도 한다. 굴림체가 일본 글꼴에서 파생되었으므로 사용에 대해서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8]

관련 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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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림체는 기본적으로 굴림과 굴림체로 나뉘는데 차이는 글리프의 고정폭 여부이다. 굴림체가 고정폭 글꼴이다. 돋움과 돋움체, 바탕과 바탕체 글꼴도 돋움체와 바탕체가 고정폭 글꼴이다.

굴림체와 비슷한 글꼴로 '둥근 고딕' 계열의 글꼴이 있다. 둥근 고딕은 바우하우스 글꼴의 모양을 따르는 형태이다. 대부분의 둥근 고딕은 모서리 부분이 둥글지만, 글자의 획 끝 부분은 둥글지 않고 각이 있다.

로마자 글꼴에서도 현재의 굴림체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 글꼴이 있다. '코믹 산스'(Comic Sans) 글꼴은 손으로 쓴듯한 자연스러운 글꼴로 잠시 인기를 얻었지만, 2010년대에서는 성의 없는 글꼴로 여겨 장난스러운 문건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같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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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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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카무라 라운드'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유럽의 둥근 글꼴의 형태를 수용했음을 명확히 알 수 있다.
  2. 1970년대와 80년대에 직장이나 기관에서 활동했던 60-70대 이상 연령층은 여전히 당시 글꼴 환경에 익숙해 중요한 문서에 굴림체를 사용해야 한다고 흔히 생각한다.
  3. 폴크스바겐 룬트쉬리프트(VAG Rundschrift)는 굴림체와 유사한 둥근 글꼴이었고, 합병 이후 기업의 신선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4. 브라우저인 크롬을 처음 구동하고, 구글 검색창에 글을 쓰면 굴림체로 표기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에서 굴림체가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설정을 변경하여 글꼴을 바꿀 수 있다.
  5. 이승일. 《파워포인트 2000 무작정 따라하기》. 길벗, 2000.
  6. 외교부에서 발행하는 여권의 한글이름은 굴림체를 사용하며, 경찰청에서 발행하는 운전면허증에도 사용된다. 아직도 다양한 증명서 등에서도 사용된다.
  7. 현재 간판이나 표지에는 무료이며 시안성이 좋은 서울서체나 나눔글꼴 등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좋다.
  8. '굴림체'는 1970년 일본이 개발한 글자를 한글에 응용한 '일본 서체'다”. 《인사이트》. 2021년 08월 18일. 2024년 07월 15일에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