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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군인들 -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저자 (Authors) 정성조, 이나영 Jeong, Seong-Jo, Lee, Na-Young 출처 (Source) 문화와 사회 26(3), 2018.12, 83-145 (63 pages) 발행처 (Publisher) 한국문화사회학회 The Korean Association for Sociology of Culture URL http://www.dbpia.co.kr/Article/NODE07588823 APA Style 정성조, 이나영 (2018). 보이지 않는 군인들. 문화와 사회, 26(3), 83-145. 이용정보 (Accessed)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180.224.75.*** 2019/01/10 16:14 (KST) Culture & Society 26(3), 2018.12, 83-145 (63 pages) 저작권 안내 DBpia에서 제공되는 모든 저작물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으며, 누리미디어는 각 저작물의 내용을 보증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DBpia에서 제공되는 저작물은 DBpia와 구독계약을 체결한 기관소속 이용자 혹은 해당 저작물의 개별 구매자 가 비영리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위반하여 DBpia에서 제공되는 저작물을 복제, 전송 등의 방법으로 무단 이용하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민, 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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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fore, any person who illegally uses the literary works provided by DBpia by means of reproduction or transmission shall assume civil and criminal responsibility according to applicable laws and regulations. 문화와 사회 제26권 3호(2018) 83-145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정성조** 이나영*** 1) 최근 한국에서는 군대 내 동성애를 국가적 위기와 연결하는 반동성애 담론이 거세지고 있다. ‘군형법상 추행죄’나 ‘부대관리훈령’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비되 는 과정에서 군대 내 동성애(자)는 관리되어야 할 변태적 존재이자 처벌받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되어 왔다. 본 연구는 그러한 배경 아래에서 군대 내 남성 동성애자 의 경험을 중심으로 군대와 동성애(자) 간 관계를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군대 내 동성애(자)를 ‘문제’로 호명하는 반동성애 담론 내지는 법 담론과는 달리 실제 군대 내 비규범적 성 정체성은 고정적이고 본질적인 속성이나 범주이 기보다는 과정으로서 존재한다. 동성애(자)는 군대 내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거나 존재를 드러내지 않도록 강요당하며, 이들에 대한 차별대우는 공적/ 사적 영역 그리고 행위와 존재라는 허구적 구분을 통해 정당화된다. 폐쇄적이고 위계적 공간 속에서 성소수자는 이성애자로 ‘패싱’하여 남성 연대 속으로 편입되 * 이 논문은 2017년도 중앙대학교 CAU GRS 지원에 의하여 작성되었음. 또한, 이 논 문은 한국문화사회학회 2018년 봄 학술대회 <혐오와 갈등의 문화사회학(I)-현황과 진단>에서 발표한 원고를 수정 및 보완한 것임을 밝힙니다. 심사자들과 여러 자리 에서 유용한 논평을 제공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 주저자: 중앙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demonicsj@gmail.com *** 공동저자: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nylee@cau.ac.kr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83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기를 시도하거나, 군인됨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살아남는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반면 어떤 이들은 군대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비로소 자각하고 받아들 임으로써, 남성이지만 ‘이성애자 군인’이 아닌 ‘내부의 외부인’의 관점으로 남성 중심적인 군대 문화를 비판하기도 한다. 이는 군대라는 제도적이고 문화적인 조건 속에서 성소수자 군인들이 수행하 는 자기재현이 동성애의 비가시화와 커밍아웃에 따른 제도적 폭력 간 딜레마에 빠져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본 연구는 이러한 딜레마가 성소수자의 전략 적 젠더실천 때문이 아니라, 성차별적이고 동성애혐오적인 군대라는 제도, 이성 애-남성중심적 한국사회 자체에서 비롯한 것임을 밝히고자 한다. 주제어: 군대, 남성성, 동성애혐오, 성소수자, 섹슈얼리티, 젠더 Ⅰ. 문제제기 및 연구목적 2017년 4월 25일, 대통령 선거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동성애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등장했다. “군대 내 동성애 문제가 심각한데 어떻게 생 각하느냐”고 홍준표 후보가 묻자 문재인 후보는 동의를 표하며 동성애 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1) 인권 변호사 출신의 진보 정치인이 부적 절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일자 문재인 후보는 해당 발언이 군대 내 동 성애에 국한된 견해라고 해명했다.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며 자신 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소수자에 대 한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군대 내 동성애는 ‘문제’라는 주장은 어떻게 공 존하는가? 모순적인 것으로 보이는 주장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논리는 다 1) 김한솔. 2017. “[대선 4차 TV토론] 문재인 ‘동성애 반대...좋아하지 않는다’.” 「경향신 문」 (04/25).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4252211001 84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름 아닌 군대다. 군대 내 동성애에 대한 우려는 국가안보의 차원에서 표 명된 것으로 봉합된다. 동성애자는 흔히 정신적으로 불안정하여 군인이 되기 어렵고,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으며(공산주의 국가 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문란한 성행위로 군 기강 과 결속을 저해할 수 있다는(Jones and Koshes, 1995) 기존 논리의 반복이 다. 보수 정치인들이 ‘종북몰이’ 대신 군대 내 동성애 ‘문제’를 새로운 정 치적 의제로 활용하는 듯한2)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당의 대 선 후보가 막연하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도’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 은 웬디 브라운(2010)이 지적한바, ‘탈정치화 담론으로서의 관용’의 정치 의 확장인가, 게일 루빈(2015: 333)이 지적한바, “근거 없는 망상과 기표 를 표적으로 삼는 도덕적 공황”의 징후인가. 무엇보다 동성애가 국가에 대한 위협이라면 여기에서 국민은 도대체 누구인가. 군대 내 동성애 ‘문제’를 둘러싼 발화들은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 ‘문제’ 가 정치적인 쟁점이 되어 온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수년간 동성애를 저지하는 데에 주력해온 보수 개신교 단체들도 자신들이 성소 수자를 혐오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나영, 2018). 이들은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를 제시하며 자신의 입장을 합리적 반대자로 위치시킨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하는 성 과학에서 동성애자는 기실 “자연에 반하는 비정상적이며 비윤리적인 존재, 변태적이며 더럽고 질병을 일으키는 혐 오스러운 병리적 타자”이자 국민과 국가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에 불 과하다(이나영·백조연, 2017: 98-99). 아이러니하게도 이성애자의 성적 욕 망이나 성행위는 사회적으로 허용될 뿐만 아니라 문제가 되는 경우에도 오직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지만, 성욕 과잉으로 ‘상상되는’ 동성애자의 섹슈얼리티는 집단 전체의 성적 문란함과 낙인으로 이어지곤 했다(누스 2) 김완. 2018. “‘종북’에서 ‘동성애 반대’로.” 「한겨레21」 (03/05).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44994.html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85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바움, 2016: 239). 마사 누스바움은 “진짜 위험과 신뢰할 만한 연관 관계 가 거의 없는 이 투사적 혐오는 망상을 먹고 자라며 예속을 만들어”내 고, 타자에 대한 무지가 오히려 그에 대한 강력한 혐오를 생산한다고 예 리하게 지적한바 있다(누스바움, 2016: 55). 인종주의가 ‘우리’와 ‘그들’ 간 차이를 고정된 정체성에 정박시키고 자연화하는 타자화 과정일 뿐이 라는 스튜어트 홀(Hall, 1996)의 통찰을 받아들이면 왜곡된 편견에 근거 한 동성애혐오가 실제로 무엇을 생산하는지에 주목하게 된다. 동성애를 향한 열광적인 혐오의 이면에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디찬 현 실의 무관심이 자리하고 있다. 동성애자를 혐오스러운 병리적 타자로 규 정하는 지식을 생산하려는 일부 보수 기독교 집단에 대한 설명을 제외하 고는(이나영·백조연, 2017), 동성애가 왜 그리고 어떻게 문제인지, 특히 군대 내 동성애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보는 연구는 거의 찾 아보기 어렵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군대 내 성소수자 군인 의 경험을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군대라는 제도 속에서 성소수자 군인들 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며, 정체성을 (재)구성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군대가 성소수자를 비가시화하고 동성애혐오를 재생산하고 있는 현실을 밝히고자 한다. Ⅱ. 선행연구 및 이론적 논의 1. 군대 내 동성애에 관한 논의 한국에서 군대 내 동성애에 관한 논의는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누 어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군대 내 동성애의 법적·정책적 의미와 함께 86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군형법상 추행죄’3)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의이고, 다른 하나는 남성 중심 ‘ 적인 군대 문화에서 섹슈얼리티의 위계를 비판하는 페미니스트 논의다. 그러나 한국에서 전반적으로 군대 내 동성애에 관한 연구는 대단히 부족 한 편이며, 사회학적 접근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다.4) 동성애가 오랫동안 비가시화 되고 낙인화 되어 왔다는 점 자체가 사회학적 연구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한국 사회학의 관심은 대단히 낮았다 (이나영·정용림, 2018). 몇 가지 이유를 추론해 보면, 우선 동성 간의 성행위를 처벌하는 소도 미 법(Sodomy Law)의 오랜 역사를 지닌 서구 사회와 달리 한국에서는 비 교적 최근에 와서야 동성애자라는 성 정체성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서동진, 2005). 둘째, 군대 내 동성애자의 존재 역시 2000 년대 중반 이후에야 비로소 사회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인데 (국가인권위원회, 2004), 이후 ‘군형법상 추행죄’에 관한 논의가 주로 법적 정당성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셋째, 오랜 군사독재의 영향으로 군대 자체가 비판적 사회학의 분석 대상에서 비켜나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홍 성태, 2005). 민주화 이후 본격화된 군대 사회학 등에서도 무관심했던 이 유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사회학적 논의 부재와도 연관된다. 3)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인권단체와 UN 자유권위원회·사회 권위원회 등은 지속적으로 해당 조항의 폐지를 요구 및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그 밖 의 추행’의 의미가 모호해 위헌 소지가 있고, 동성 간 성교가 군에 끼치는 직접적인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기된 위헌심판이 세 차례 진행되었으나 모두 합헌으로 판결되었다(헌법재판소 2002. 6. 27. 자 2001헌바70 결정, 헌법재판소 2011. 3. 31. 자 2008헌가21 결정, 헌법재판소 2016. 7. 28. 선고 2012헌바258 결정). 한편 2017년 2월 인천지방법원에서 다시금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하여 현재 위헌 심판 심리 중에 있다. 4) 예컨대 전자저널 데이터베이스 DBPia에서 ‘동성애’를 키워드로 검색한 514건의 논문 중 사회/사회복지학 분야의 논문은 71건이며, 이 중에서 한국사회학, 경제와 사회, 문화와 사회 등 주요 사회학 저널에 실린 논문은 단 6건에 불과하다(검색일 2018년 5월 18일 기준).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87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이러한 가운데 군대 내 동성애에 관한 법적·제도적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첫째는 ‘군형법상 추행죄’의 법적 정당성에 관한 논의(이경환, 2008; 노기호, 2009; 정연주, 2011; 조국, 2011; 김명수, 2012; 도중진, 2015; 류지영, 2016; 이상현, 2016; 한가람, 2017; 이자연, 2018), 둘째는 동성애에 관한 한국군의 정책을 외국과 비교하는 논의(국방부 법무관리 관실 인권팀, 2007; 이상경, 2010; 이희훈, 2012; 송현정, 2016)가 있다. 이들이 군대 내 동성애 허용에 대해 취하고 있는 입장에는 차이가 있지 만, 이러한 논의 사이에는 공통점도 발견된다. 법·제도가 고정적이고 폐 쇄적인 질서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변화와의 관계 속에서 그 정당성을 획 득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역사, 문화, 일반적 정서, 징집제냐 모병 제냐의 여부, 군의 환경과 분위기, 동성애자 인권 감수성 정도, 종교, 전 통관습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것”(정연주, 2011: 149) 이라는 주장은 한국 사회의 규범과 전통을 강조하면서(이상현, 2016) 군 대 내 동성애 행위에 대한 처벌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정 연주, 2011; 류지영, 2016; 이상현, 2016). 다른 한편으로 같은 주장은 인 권에 대한 사회적 요구 증가 및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관심 등을 거치면 서,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의 근거로 제시되기도 한다(이경환, 2008; 노 기호, 2009; 조국, 2011; 김명수, 2012; 도중진, 2015; 한가람, 2017; 이자 연, 2018). 특히 ‘군형법상 추행죄’가 세 차례 합헌 판결을 받은 뒤에도 끊임없이 그 위헌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논 쟁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법적 논의 자체의 한계를 비판한 논의(추지현, 2013)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추지현(2013)은 기존의 연구자들이 공통적 으로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을 “법 앞에 선재하는, 어떠한 고정적, 자연적 실체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추지현, 2013: 150)고 비판한다. 연구자들 이 국가와 법, 혹은 군대는 동성애 문제에 있어 그저 중립적 판단자로 88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자신을 위치 지음으로써 모든 ‘문제’의 책임을 성소수자 개인에게 전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군형법상 ‘강간’과 ‘계간’의 내용이 변 화해온 과정을 추적하면서 성폭력과 동성애를 둘러싼 법담론의 이성애 중심성과 이성애중심성을 폭로한다. 이성간의 성적 결합을 자연화하는 계간’ 담론과 성폭력을 남성 성욕 해소로 환원시키는 ‘강간’ 담론의 결 ‘ 합은 군대 내 동성애를 금지하고 배제하면서도 남성 간 성폭력의 가해자 로 동성애자를 다시 소환해야만 하는 모순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는 동 성애혐오 세력이 주장하는 군대 내 동성애 ‘문제’로서 남성 군인 간 성폭 력에 관한 군형법이 동성애자의 위치를 대단히 모순적으로 구성하고 있 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즉, 군대 내 동성애라는 문제에서 군대는 단순히 공간적 배경에 불과 하지 않다. 페미니스트들은 군대가 단지 전투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젠더 위계의 재생산에 복무하는 성별 정치학의 핵심이라고 비판해 왔다 (김현영, 2002; 권인숙, 2005; 문승숙, 2007; 양현아, 2008; 유발-데이비스, 2012). 예컨대 문승숙에 따르면 해방 이후 근대 민족국가 건설과 분단체 제의 군사적 대치 하에서, 근대성은 부국강병으로 이해되었으며 점차 군사화 된 국가 건설, 국가 구성원 만들기, 병역 의무를 근대화 경제의 “ 조직에 통합”(문승숙, 2007: 26)하는 것으로 구체화하였다. 이때 병역 의 무란 성별을 축으로 국민과 비국민을 가르는 핵심적인 기제로 역할을 했 다. 김현영(2002)과 권인숙(2005; 2009a; 2009b)의 연구는 군대 내 성 정 치학이 성별이라는 축으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컨대 권인숙(2009a)은 섹슈얼리티를 사회적·역사적 구성 물이자 인간의 관계성, 욕구, 억압, 권력 등과 관계되어있는 실체 또는 도구로 개념화하면서, 과잉성욕이나 성매매 등 한정된 방식으로 이해되 고 있던 군대 섹슈얼리티의 이해를 남성성과 남성연맹, 동성애와의 관계 로 확장한다. 즉, 군대라는 공간에서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여성을 성적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89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으로 대상화하고 동성애를 혐오하면서 재생산된다는 것이다. 군대 내 동성애와 섹슈얼리티에 관한 페미니스트 비판은 동성애(자)를 법 앞에 선재하는 고정적이고 자연적인 본질로 파악하는 법학적 논의를 넘어서서 군대와 섹슈얼리티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으로 나아간 다. 이러한 논의는 섹슈얼리티가 젠더 위계와 남성성 등에 있어서 어떠 한 관계에 놓여있는지 해명해주는 동시에 동성애(그리고 이성애)라는 사 회적 범주가 사실상 제도적으로 구성되어 온 것임을 잘 보여준다. 그러 나 아쉽게도 이보다 진전된 경험 연구는 부재한 실정이다. 반면, 소도미 법(Sodomy Law)으로 동성애를 처벌해온 오랜 역사를 지 닌 서구 사회에는 군대 내 동성애에 관한 논의가 풍부하게 진행되어 왔 다. 물론 군대와 국가에 위협적인 존재로 여긴 연구도 다수지만, 상당수 의 연구는 동성애에 관한 불안이 실질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군대가 동성애자를 억압하고 처벌해 왔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Jones and Koshes, 1995; Kaplan and Ben-Ari, 2000; Belkin, 2001; Belkin and Levitt, 2001; Knapp, 2008; Bérubé, 2010). 예컨대 베루베(Bérubé, 2010)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이미 수많은 성소수자가 군인으로 전 쟁에 참여했으며, 오히려 전쟁 과정에서 성 과학이 수용됨에 따라 동성 애자가 처벌과 강제적인 치료로 내몰렸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비슷하게 캐너데이(Canaday, 2009)는 이러한 과정 자체가 성 과학과 군 관료주의의 결합을 통해 동성애자라는 범주를 사실상 만들어 내는 과정이자 이성애 중심적인 규범과 제도를 확립하는 과정이었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 군대 내 동성애가 실질적으로 군 전투력이나 결속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다는 연구 또한 진행되어왔다(Jones and Koshes, 1995; Belkin and Levitt, 2001; Sinclair, 2009). 나아가 성소수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많은 연구 는 군대가 성 과학과 마초적인 남성성, 그에 기반한 군대의 결속을 상상 하면서 동성애혐오를 제도적으로 생산했다는 점을 분석하고 있다(Kaplan 90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and Ben-Ari, 2000; Belkin, 2001; Basaran, 2014). 이상과 같이 국외에는 군대 내 동성애에 관한 연구가 축적되고 있음 에도 불구하고 한국 군대 내 성소수자의 경험에 관한 연구는 부재한 실 정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군대 내 동성애 ‘문제’는 분단 체제의 지속으 로 인한 군인 인권 문제의 경시 풍조, 강제적 징병제로 인해 감옥과 같 이 폐쇄된 곳에 놓이는 병사와 간부의 계급체계, 사회적 논의가 부재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동성애자 군인을 ‘관리’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등 외국 군대와 상당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 경험적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채 사실상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는 가려지고 군대 내 동성애 ‘문제’라는 식으로 정치화된 현실을 고려할 때, 관련 연구가 시급하다 할 것이다. 2. 동성애의 ‘사회적 탄생’과 군대 남성성 섹슈얼리티는 오랫동안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으로 이해되어 왔다. 섹슈얼리티에 관한 이해에 있어 심대한 변화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유럽의 성 과학에서 시작되었다. 성 과학은 섹슈얼리티를 전통적인 종교 적 의미에서 점차 분리하도록 했고, 성에 관한 가치 판단은 이제 교회가 아니라 사법과 의학의 영역에 맡겨졌다(Weeks, 1996). 그러나 장막에 가 려져 신비로운 것으로만 여겨졌던 섹슈얼리티를 중립적인 과학의 언어 로 이해하고자 했던 성 과학조차 섹슈얼리티에 관한 전통적인 관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섹슈얼리티는 종교가 아닌 과학의 언어로 설 명되었지만, 내용에 있어서 이성애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본성으로 여 기는 경향은 지속하였던 것이다. 성 과학적 지식이 확산되면서 이성애는 오히려 더욱 자연화 되었고, 동성애는 처벌의 대상은 아니지만, 병리적 인 것이자 치료의 대상이 되었다(혹스, 2005; Weeks, 1996; Sullivan, 2003; Conrad and Angell, 2004).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91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그러나 페미니스트 법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동성애혐오가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혐오의 중심에는 오염 이라는 불안이 놓여있다(누스바움, 2016: 54). 혐오의 ‘원초적 대상’은 대 개 인간의 동물성과 유한성을 상기시키는 것들로 배설물과 체액, 시체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처럼 냄새가 나거나 끈적거리는 원초적 대상 에 대한 혐오는 다른 대상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누스바움은 이를 ‘투사 적 혐오’라고 부르는데, 사회적 기준에 의해 형성되는 투사적 혐오는 특 정 개인이나 집단에 들러붙는다(누스바움, 2016: 55). 섹스는 특히 체액 의 교환을 포함하여 인간의 동물성과 유한성을 극적으로 드러낸다는 점 에서 혐오가 쉽게 부착된다. 누스바움은 “냄새나고, 진액이 흘러나오고, 의문스러운 액체로 가득 찬 존재”인 여성에게서 거리를 둠으로써 남성 들이 자신의 동물성과는 거리를 두면서 남성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 명하면서, 동성애혐오가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한다(누 스바움, 2016: 59). 예컨대 삽입과 침투의 객체가 되는 남성 동성애자의 존재는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물고 남성성을 위협하기 때문에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 된다. 동성애 ‘문제’가 대개 ‘남성’ 동성애자를 향하는 까 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누스바움은 특정한 육체적 속성이 사회적 위계나 가치 규범과 결합하여 사회적 타자를 생산하고 정치적 목적에 활용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혐오의 대상으로서 동성애자는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이 ‘망 가진 정체성’이라고 부른 존재인 셈인데, 낙인의 목적은 특정한 존재를 비인간화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누스바움, 2015: 403). 유사하게 미국 사회에서 비규범적인 성적 실천이 어떻게 이해되어 왔는지 분석한 인류 학자 게일 루빈은 동성애와 같은 비규범적인 성적 실천과 관련된 도덕적 공황이 언제나 “건강과 안전, 여성과 아동, 국가 안보, 가족 혹은 문명 그 자체를 위협한다고 묘사함으로써 그것들을 범죄시하는 것을 [어떻 92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게] 합리화하는지” 밝힌 바 있다(루빈, 2015: 333). 즉, 동성애가 그 자체 로 혐오할만한 것이라기보다는 혐오의 대상으로서 동성애자가 만들어진 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의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의미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섹슈얼리티가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사회적 구성물이 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사회학자들이었다. 영국의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매리 맥킨토시(McIntosh, 1968)는 동성애에 관한 종전의 이해를 벗어나고자 시도한 선구자적 학자였다. 그는 동성애를 조건(condition)으 로 접근할 때 ‘동성애자 고유의 독특한 속성은 무엇이며, 동성애의 원인 은 무엇인가’하는 해결할 수 없는 질문을 맴돌게 된다고 비판한다 (McIntosh, 1968: 34).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놓여있는 섹슈얼리 티의 역사를 검토하면서 그는 사회통제 방식으로서 일탈과 낙인이라는 관점에서 동성애에 접근할 것을 요청한다. 실제 동성애자가 어떠한가와 관계없이 동성애자라는 낙인은 사회적으로 허용 불/가능한 성적 행위를 결정함으로써 동성애자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분류하는데, 이러한 범주화 는 다시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반영되기 때문에 자기충족적 예언에 불 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McIntosh, 1968: 35). 따라서 그는 동성애를 조건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playing a social role)’로 이론화한다. 동성애 는 단지 성적 실천의 유형이 아니라 사회적 기대와 행위의 상호작용 결 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McIntosh, 1968: 36). 맥킨토시의 선구자적인 연구를 기점으로 많은 사회학자는 동성애를 구성주의적인 관점에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어빙 고프만과 마찬가지로 낙인 이론에 관심을 가진 영국의 사회학자 케네스 플러머(Plummer, 1975)는 상징적 상호작용론의 접근방식을 통해 동성애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을 분석한다. 그는 맥킨토시와 비슷하게 동성애가 특정한 속성이나 조건이 아니라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관한 사회적 의미 체계와 특정한 성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93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적 주체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형성된다고 주장한다(Plummer, 1975: 66). 즉, 그는 동성애 정체성을 과정으로(homosexuality as a process) 이해 함으로써 동성애를 병리적이고 본질주의적으로 바라보는 종전의 접근을 거부하고 일상생활에서 동성애 정체성을 채택하도록 하는 사회적 조건 과 작동 방식을 규명하고 있다. 이후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미셸 푸코(2010)와 제프리 윅스 (Weeks, 1996), 존 디밀리오(D’Emilio, 1983) 등의 계보학적이고 비교역사 적인 연구가 진행되면서 근대적 정체성으로서 동성애라는 사회적 범주 가 사실상 만들어져 왔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러한 연구는 특정한 성 種 행위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범주로서 동성애를 병리적이고 특수한 종( ) 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근대적인 현상임을 보여주면서 동성애에 관 한 본질주의적이고 병리적인 접근에 도전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동성 애에 관한 사회 구성주의적인 관점은 동성애를 타자화함으로써 규범적 인 지위를 공고히 하는 이성애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이해로 발전했다. 많은 페미니스트와 퀴어 이론가는 이성애가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이 아 니라 젠더 위계를 작동시키는 제도적 구성물임을 비판해왔다(버틀러, 2008; Rich, 1980; Wittig, 1993; Katz, 2004). 이러한 논의는 1960년대 이 후 급진적인 해방운동의 흐름 속에서 전개된 게이·레즈비언 운동과 급진 페미니즘 정치학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다(야고스, 2012; Sullivan, 2003; Conrad and Angell, 2004; Marinucci, 2010). 이성애와 동성애가 단지 성적 행위의 범주가 아니라 사회적인 성별 위계 내지는 권력과 관계된 것이라는 앞선 논의는 복수의 남성성이라는 질문으로 나아간다. 사회학자 래윈 코넬(2013)은 거의 모든 남성이 위계 적인 젠더 관계의 혜택을 보는 것과 달리 실제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체 현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가부장제의 정당성 문제에서 현재 수용되는 답변을 체현하는 젠더 실 “ 94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천의 배치 형태”(코넬, 2013: 124)라고 정의하면서 남성성에 관한 본질주 의적 접근에서 벗어나 복수의 남성성/들을 주장한다. 헤게모니적 남성성 개념은 젠더 연구가 남성성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면서 남성성의 위계에서 섹슈얼리티의 위계가 핵심적인 역 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코넬, 2013; Connell and Messerschmidt, 2005; Bridges and Pascoe, 2014). 이후 헤게모니적 남성성이라는 개념이 오히려 흑인 남성성, 게이 남성성, 노동자 남성성 등 남성성/들의 개별 범주를 본질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오늘날 남성성 연구는 구체적인 맥락과 제도 속에서 어떤 행동을 남자다운 것으로 의미화하는 작동방식에 초점이 있다(Schrock and Schwalbe, 2009). 남성의 신체를 가지고 있지만 여성과의 관계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규범적 남성의 역할을 하지 않는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 남성에게 남성성 이라는 문제는 갈등적이다. 섹슈얼리티는 젠더나 인종 등 여타의 사회적 범주와 달리 가시적이지 않을뿐더러, 개인의 섹슈얼리티는 대개 사적 영 역의 문제라고 인식된다는 점에서 성소수자들의 젠더화된 실천은 지속 적인 과제로 남는다. 분명한 것은 많은 성소수자 남성 또한 규범적인 남 성성에 따른 이성애 각본을 요구받는다는 것이다(Connell, 1992; Eguchi, 2009; Moussawi, 2011; Bridges, 2014). 예컨대 성소수자 남성의 자기 정체 화 과정에 주목한 가산 모사위(Moussawi, 2011)는 성소수자 남성이 이성 애 규범 속에서 ‘남성’으로 남아있기 위해 취하는 전략적인 젠더구성 (gender-conforming) 행위가 역설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이성애를 제도화하 는 효과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성소수자 남성의 젠더 실천에서 역설적인 것은 신스케 에구치의 지적처럼 “이성애자처럼 행동을 하건 말건 게이는 결국 게이”(Eguchi, 2009: 207)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실제 한 개인의 젠더 표현과는 상당히 무관하게, 그의 삶 전체에 걸쳐 이성애 규범에 따른 제도적 불평등이 수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95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이상과 같은 연구들은 사회적 구성물이자 과정으로서 동성애와 군대 와 동성애 간 관계를 보다 비판적으로 이해하게 하며, 제도화된 동성애 혐오의 작동에 남성성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Ⅲ. 연구 방법 및 연구 참여자 성소수자 남성 군인의 경험을 통해 군대 내 동성애혐오의 작동방식을 탐구하는 본 연구는 페미니스트 질적 연구 방법론에 근거한 심층 면접과 문헌연구를 통해 진행되었다. 질적 연구는 주변화된 존재의 경험을 통해 억압적인 구조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 사회 학자인 도로시 스미스(2014: 48)는 이른바 ‘주류 사회학’이 일상적 삶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남성)인식주체를 전제하면서 현실의 지배 관계(ruling relation)를 비판 없이 수용 및 재생산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비판적 학 문으로서 사회학의 질적 연구는 주변화된 존재의 경험을 통해 지배관계 를 드러내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스미스, 2014: 31). 스미스는 나아가 “일상의 삶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사건의 상태가 아 닌 제도적 조정방식을 추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질적 연구에서 경 험을 그 자체로 객관화하는 함정에서 벗어나 주변화된 존재의 일상적인 삶을 제도적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이는 페미니스트 연구가 “타자에 대 한 연구가 아니라 타자화 과정에 대한 연구”라는 이나영(2017: 90)의 문 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단지 성소수자 남성 군인의 경 험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주변화된 이들의 경험이 어떻게 제도화되어 있으며 그 효과는 무엇인지 분석하는 것을 그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문제가 있는 동성애자’가 아니라, 이성애 중심주의를 극복의 대상으로 ‘ 96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삼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동성애자’ 대신 ‘성소수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바 이섹슈얼(양성애) 등 다양한 성적 가능성을 삭제하고 이분법적인 동성애/ 이성애 구분으로 함몰될 위험을 피하기 위함이다. 최근 보수 개신교 중 심의 동성애혐오 담론에서 동성 간 성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동성애(자)’ 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동성애를 실천하는 사람 모두가 자신을 동성애자 혹은 게이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 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연구 참여자가 스스로 정의한 방식을 주로 따르 고 있으며, 다만 이들을 총칭할 경우에만 성소수자 남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5) 구체적인 연구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최근 5년 이내에 현역병으 로 군대에 입대하여 전역한 남성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실시하였다. 이때 심층 면접 참여자들은 단지 자료로서의 경험을 제공하는 자가 아니 라 주변적인 위치성을 통해 이성애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연 구자에게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연구 참여자의 일부가 된다. 연구 참여자 를 선정하는 데에 있어 전역연도를 고려한 까닭은 「병영 내 동성애자 관 리지침」이 이미 시행된 이후이며, 군형법상 추행죄가 ‘계간’에서 ‘항문성 교’로 그 대상을 동성애자로 특정하도록 개정된 것이 2013년이기 때문이 다. 앞서 살펴보았듯, 군대에서 동성애가 ‘문제’로 인식되고, 관리의 대상 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 때문에 일련의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 과 이후 성소수자 당사자가 체감하는 군 생활이 매우 다를 것으로 판단 하였기 때문이다. 5) 그러나 여전히 ‘성소수자 남성’이라는 범주는 문제가 있는데, 한국적 맥락에서 성소수 자라는 단어는 동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 등에 해당하는 젠더 정체성(gender identity)의 문제를 포괄하는 말이기 때문 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군대라는 맥락에서 ‘항문성교’ 등 군대 내 동성애 ‘문 제’로 지목되는 성행위를 실천하는 집단을 가리키기 위해 ‘성소수자 남성’이라는 단어 를 사용하고자 한다.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97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연구 참여자 모집은 연구자들의 지인을 통한 소개, 성소수자 인권단체 를 통한 소개, SNS 및 남성 성소수자 인터넷 커뮤니티 포탈을 통한 모집 등 눈덩이 표집을 통해 이루어졌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등 성 소수자 인권운동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한 명의 위치성이 연구 참여자들이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짐작한다. 12인 에 대한 심층면담과 5인에 대한 추가 면담이 이루진 이유는 심층 면접을 진행하는 과정에 군대 내 동성애 ‘문제’가 단지 섹슈얼리티의 문제가 아 니라는 점, 그리고 어떻게 군대 내 동성애 ‘문제’가 문제로 만들어져 왔 는지를 이해할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적 성별 정정 이전에 현역병으로 군대 생활을 마친 트랜스젠더 여성 1명과 인권활동 가 1명 등 추가적인 심층 면접을 진행하였다. 마지막으로 군대에서 계급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병사와 간부 간 경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본 연구자들의 문제의식이 강제 적 징병제와 맞닿아 있는 점을 고려하여 소수의 군 간부 3명과 심층 면접 및 서면 인터뷰를 시행하였다. 이미 전역을 한 군 간부의 경우 심층 면접 이 가능하였지만, 현재 군 복무 중인 간부의 경우 신상 노출을 최소화 하 고 대면 인터뷰를 기피하였기 때문에 서면 인터뷰로 대체하였다. 이는 실 제로 성소수자 군인의 취약한 위치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심층 면접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월, 그리고 2018년 9월에 걸쳐 두 차례로 나누어 이루어졌으며, 연구 참여자의 편의를 고려해 조용한 카페 등의 장소에서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2시간가량 진행하였다. 연 구 참여자의 동의를 받고 녹음한 음성 자료는 녹취를 풀어 문자화하였 다. 주요 질문은 크게 1) 성소수자로서의 정체화 과정, 2) 성소수자 커뮤 니티와의 관계, 3) 입대하기 전 가졌던 불안과 기대, 4) 군생활 경험(훈 련, 업무, 대인관계, 여가 등), 5) 군복무 경험에 관한 의미라는 다섯 부 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심층 면접은 반구조화 질문지를 가지고 진행하 98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였으나, 본 연구의 문제의식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연구 참여자가 자 신의 경험을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도록 하였다. 연구 참여자의 특성은 아래 <Table 1>로 정리하였으나 연구 참여자의 신상 보호를 위하여 간 략한 정보만을 표기하였다. 다른 한편 성소수자 남성 군인의 경험을 군대라는 제도적 차원에서 이해하고자 동성애와 관련된 군대의 규정과 그 적용에 관해 문헌연구를 하였다. 대표적으로 국방부가 발표한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국방 부령 제493호), 「부대관리 훈령」(개정 국방부 훈령 제1932호, 구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 「군형법 제92조의6(추행)」 등이 있으며, 이러한 규 정이 실제 적용된 판결문 등을 검토하였다. 직접 검토할 수 있는 군대 내부의 자료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이에 대응하는 성소수자 인 권단체 및 시민단체의 자료를 함께 검토하였다. <Table 1> Participants’ Information No. Case(Age) Branch Rank Gender Sexual Identity Discharge Note 1 A(early 20s) Army sergeant man gay 2015 - 2 B(mid-20s) Army sergeant man pansexual6) 2015 - 3 C(mid-20s) Army sergeant man bisexual 2017 - 4 D(mid-20s) Air force sergeant man gay 2015 - 5 E(mid-20s) Air force sergeant man bisexual 2016 - 6 F(early 20s) Army sergeant man bisexual 2017 - 7 G(mid-20s) Army sergeant man bisexual 2016 - 8 H(mid-20s) Army sergeant man gay 2016 - 9 I(mid-20s) Army sergeant man gay 2018 - 10 J(early 20s) Army sergeant man gay 2017 - 11 K(mid-20s) Air force sergeant man gay 2018 - 12 L(late 20s) man gay 2016 - Army sergeant 6) 팬섹슈얼(pansexual)은 범성애자로 번역되며 상대의 젠더와 관계없이 끌림을 경험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99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Supplementary Interview 13 M(early 30s) Army 14 N(late 20s) - sergeant woman heterosexual - 2009 transgender man - - activist sergeant Air force first class man Gay 2017 - 15 O(late 20s) 16 P(mid-30s) Army staff sergeant man Gay 2018 in writing 17 Q(late 20s) Air force captain man Gay 2017 in writing Ⅳ. 군대 섹슈얼리티와 제도화된 동성애혐오 1. 동성애 ‘문제’의 정치화와 제도화된 관리 한국 사회에서 군대 내 동성애가 처음으로 가시화된 때는 육군의 한 병사가 남성 간 성폭력 피해로 자살한 2003년 7월이었다. 당시만 해도 남성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조차 없었고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군대 내 남성 간 성폭력은 동성 애자들의 병리적인 행동 정도로 여겨졌다(국가인권위원회, 2004). 그러나 이듬해 국가인권위원회(2004)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 간 성폭력 의 가해자는 이성애자인 경우가 많았으며, 동성애자는 오히려 ‘여성스럽 다’는 이유로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반적인 인 식과 상반된 연구 결과는 동성애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상당히 왜 곡되어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한편 2006년 2월 한 동성애자 병사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동료 병사에 게 밝혔다가 강제로 의무대에 옮겨져 강제로 에이즈 검사를 받고, 성관계 사진을 요구받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에 노출된 사건이 발생했다.7) 당시 100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국가인권위원회와 성소수자 인권단체, 여성단체, 법조계 등이 공동으로 대응하자 국방부는 뒤늦게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을 제정하여 동 성애자 군인의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하였다(이후 관리지침은 「부대 관리훈령」(개정 국방부 훈령 제1932호, 2016.7.1) 제4편 제7장 ‘동성애자 병사의 복무’로 통합되어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훈령은 제정 취지 와는 달리 동성애자 병사의 실질적인 인권 보장에 기여하기보다는 형식 적인 규정으로 남으면서 이들을 ‘관리’의 대상으로 만드는 데 그치고 있 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되었다(오가람, 2008; 군인권센터, 2017). 특히 2017년 발생한 동성애자 병사 색출 사건에서 ‘A 대위’는 아우팅(outing)과 협박, 성희롱 등 다양한 인권침해에 노출되었는데, 이러한 현실은 해당 훈령이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군인권센터, 2017: 22). 현행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제4편 사고예방 제7장 동성애자 병사의 복무’에서는 지휘관이 동성애자 병사를 인지한 경우 대대장의 도움·배려 병사로 두어 지속적인 지휘관심을 갖도록 명시하고 있다. 물론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이 「부대관리훈령」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지속적인 비판이 반영되어 문제가 있는 조항이 많이 삭제되 었다. 예컨대 2006년 처음 발표된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에서는 이성애자로 전환 희망 시 적극 지원”과 같이 동성애에 관한 이해가 없 “ 는 있는 조항이 담겨있기도 했다(오가람, 2008: 17). 심각한 인권침해적 인 조항 중 상당 부분이 삭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대관리훈 령」은 군대가 동성애자를 문제가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예컨대 제253조 2항에서 “동성애자 병사의 병영 내에 서의 모든 성적 행위는 금지된다”고 별도로 규정함으로써 동성애자를 변태 성욕자로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서 ‘모든 성적 행위’는 어떤 행위까 7) 국가인권위원회. 2006. “[보도자료] 동성애자 사병에 대한 차별과 인격권, 프라이버시 권 등 침해에 대하여 인권교육 등 권고.”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01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지를 포함하는지 여전히 모호한 실정이다. 이처럼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군대에서는 동성애자의 존재가 인식 되기 시작했고, 이들을 ‘관리’해야 할 변태 성욕자이자, ‘문제 병사’로 취 급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주된 관심은 동성애자 군인들이 군 기강을 어떻게 어지럽히는가?”에 맞춰져 있을 “ 뿐 성소수자 군인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군인권센터, 2017: 17). 「군형법 제92조의6(추행)」, 이 른바 ‘군형법상 추행죄’에서 이러한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군 형법 제92조의6(추행)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 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인권단체와 UN 자유권위원회·사회권위원회 등은 지속해서 해당 조항의 폐지를 요구 및 권고하고 있다.8) 실제로 ‘그 밖의 추행’의 의미가 모호해 위헌 소지가 있고, 동성 간 성교가 군에 끼치는 직접적인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는 이유로 제기된 위헌심판이 세 차례 진행되었으나 모두 합헌으로 판결 되었다.9) 한편 2017년 2월 인천지방법원에서 다시금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이 제청되어 현재 위헌심판이 진행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2013년 형법 개정에서 추행죄 구성 요건이 “계간”에 서 “항문성교”로 바뀌기 이전인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군형법상 ‘계 간’ 조항이 적용된 사건 가운데 동성 간 성행위에 관한 사건은 매우 극 소수에 불과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이경환, 2008). 1946년, 미 국의 육군 형법과 해안경비법을 번역해 「조선국방경비법」이 만들어졌고, 이는 1962 제정된 「군형법」의 모태가 되었다(이경환, 2008). 여기에서 8) 국가별‧병역제도별 군대 내 동성애(자) 정책 현황은 아래 표와 같다. 아래 내용은 헤이 그전략연구센터(HCSS, 2014)의 LGBT Military Index와 팜 센터(Palm Center, 2010)의 Gays in Foreign Militaries 2010: A Global Primer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다(*굵은 글씨 는 최근 10년 내 동성애자의 입대가 허용된 국가). 한국은 명시적으로 동성애자의 입 대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으나, 동성애자 병사를 색출하고 동성 간의 성행위를 처벌하 고 있어서 모호한 규정을 지닌 국가로 분류된 바 있다. 102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계간’은 영어 소도미(sodomy)의 번역인데, 영어권에서 소도미의 의미는 ‘ 단순히 남성 간의 항문성교뿐만 아니라 비규범적인 여러 성행위를 포괄 하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추지현(2013)은 오랫동안 군 형법상 ‘계간’은 이성 간의 성추행·성폭력을 처벌하기 위한 보완적인 조 항으로 존속되어 왔으며, 이것이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그 적용 대상을 ‘항문성교’로 명확히 한 것은 근래의 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군대 내 동성애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말은 이상하게 들린다. 군대 내 동성애 자체가 인식되지 않았던 오랜 기간을 동성애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곧장 등치 하면서 군의 오랜 역사를 이성애자만의 것으로 귀속시키기 때문이다. 군대 내 인권 문제가 가시화됨에 따라 오히려 오랫동안 군형법 내에 숨어있던 계 간죄 조항은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해야 마땅하다는 정당성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고, 이는 역설적으로 처벌의 대상으로서 동성애자 병사의 모 Countries that allow openly LGB people Voluntary Enlistment Conscription Albania, Argentina, Australia, Bahamas, Belgium, Canada, Croatia, Czech, France, Germany, Austria, Bolivia, Brazil, Chile, Colombia, Ireland, Italy, Japan, Luxemburg, Malta, Denmark, Estonia, Finland, Greece, Israel, Netherlands, New Zealand, Philippines, Servia, Lithuania, Norway, Peru, Russia, Singapore, Slovenia, South Africa, Spain, United Kingdom, Sweden, Swiss, Taiwan, Thailand United State of America, Uruguay Countries that not allow openly LGB people Voluntary Enlistment Conscription Bangladesh, Barbados, China, Dominican Republic, Ghana, Indonesia, Kenya, Jamaica, Cyprus, Egypt, Iran, Libya, Sudan, Syria, Malaysia, Namibia, Nigeria, Pakistan, Papua Turkey, Yemen New Guinea, Saudi Arabia, Tonga, Trinidad and Tobago, Uganda, Zambia, Zimbabwe Countries with ambiguous policies Voluntary Enlistment Conscription South Korea, Mexico 9) 헌법재판소 2002. 6. 27. 자 2001헌바70 결정, 헌법재판소 2011. 3. 31. 자 2008헌가21 결정, 헌법재판소 2016. 7. 28. 선고 2012헌바258 결정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03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습을 특정한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대관리훈령’과 ‘군 형법상 추행죄’는 군대 내 동성애자 병사를 보호하면서도 처벌하겠다는 조항을 모순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군대라는 제도적 조건 속에서 동성애자 병사에 대한 억압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군대 내 헤게모니적 남성성과 ‘과잉 이성애’ 문화 군대는 단지 전쟁을 수행하는 공간만은 아니다. 군대는 수많은 남성과 일부의 비남성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중요시되는 규율 내지 규범은 남성 중심적인 가치를 따른다. 군인이 된다는 것은 단지 전투 기술을 훈 련받는 것만 아니라 남성 중심적인 규범에 따라 규율화 됨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여성 군인과 그들의 젠더실천은 ‘초남성’ 공간인 군대에서 때 로 군대의 젠더질서를 교란하지만, 남성 중심적인 젠더 위계에 종속되는 등 남성성과의 경합 과정에 놓이게 된다(김엘리, 2012). 그러나 앞서 살 펴본 것처럼 남성성은 단지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성별로 나누 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군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성 사이의 남성성과 그 경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섹슈얼리티의 핵심적인 역할에 주 목할 필요가 있다(권인숙, 2009a; 2009b). 한국 군대는 동성애를 병역면제 사유로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신체가 건강한 대다수 성소수자 남성은 군대에 가야만 한다. 많은 연구 참여자들은 군대에 입대하기 전 군대라는 조직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불 안을 경험했다. 물론 이러한 불안이 성소수자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막연한 불안, 주변 사람들의 염려와 조롱, 사회와의 단절에 대한 불안 등은 입대를 앞둔 이성애 남성들도 흔히 겪는 감정이 다(김승용, 2014). 그러나 공동체 생활을 하는 군대의 특성상 ‘마초적’ 남 104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성문화에 대해 성소수자들이 갖는 불안감은 이성애 남성과는 다른 차원 으로 다가온다. 남성들만의 집단생활 속에서 성소수자 정체성이 노출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개인의 사적이고 내밀한 비밀이 알려지는 것 이 상의 실존적 위협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2014)가 밝힌 바 있듯,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은 학교, 직장, 국가기관, 의료기관 등에서 성 정체성이 밝혀졌을 때 괴롭힘과 차별 대우를 받는 등 다양한 위험에 직면해야 한다. 마초적이고 상명하복적인 문화를 상당히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가게 되었 을 때 내가 그런 문화를 견딜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좀 앞섰고. 그다음 에…. 그게 제일 컸죠. 고압적인 문화? 상명하복식의 문화? 게다가 이제 어…. 결국은 다 나아졌지만,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때에 겪었던 은따 경 험? 이런 것들 때문에 남성 간의 집단생활이라는 것이 그렇게 많이, 썩 달 갑지는 않았어요(E). 바이섹슈얼 남성 E와 마찬가지로 공군에 입대한 D와 K 또한 공통으 로 마초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일 것 같은 육군에서의 집단생활이 불편할 것 같아서 공군을 선택했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남성 중심적이고 이성애 중심적인 사회에서 잦은 불화와 배제를 겪어 온 생애 경험에 비추어 폐 쇄적이고 위계적인 특징을 지닌 군대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는 것은 당연 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불안은 기우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군 생활에서 반복적으로 확 증된다. 바이섹슈얼인 F는 동료 군인들이 ‘남자답지 않은’ 한 남성 군인 에 대해 “걔는 근데 좀 말투가 여성스럽고 그래가지고. 생긴 것도 예쁘 장하게 못 생겨가지고. 진짜 마르고 하얗고. 그러니까 애들이 게이 같다. 게이 맞는 것 같다”고 의심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고 말한다. 군대에서 전형적인 남자다움에서 벗어나는 남성은 게이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거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05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나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비남성적인 것을 배제하는 군대 문화에서 남 성성 (재)구축의 기제이자 남성 간 동질감과 연대를 확인하는 중요한 토 대는 성차별적 문화와 결합된 여성의 성적 대상화다. 대부분 다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니까, 대개 이성 에 대한 얘기만 하잖아요. 근데 약간 그거를 얘기를 할 때, 그런 ‘척’을 해 야 되는 거예요. […] 군대는 다 남자다 보니까 되게 뭐 그런 말 많이 하 잖아요. “자고 싶다. 만지고 싶다” 이런 얘기 애들 막 하는데, 별로 그런 얘기를 저는 하지 않으니까. 이제 다른 애들이 처음에는 “얘는 왜 말을 안 하지?”라고 약간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A). 어느 정도 계속 가면을 써야 되는 거니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어떠한 대 화의 양상들이나 어떤 주된 대화의 방식들이 너무나 뻔하고, “어떤 여자를 만나는데 너무 힘들더라. 야, 저 연예인 봐라. 너무 예쁘지 않냐. 아 진짜 쟤랑 섹스 한번 했으면 좋겠다.” 뭐 이런 얘기를 하는데 저 상황에서 저는 웃어야 되는 거예요. 그니까 그러지 않으면 이상한 애가 되는 거고(K). 육군으로 입대한 게이 남성 A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대화가 군대에 만연해 있고, 이러한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던 자신이 이상한 시 선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K의 말처럼 “이 상한 애”로 여겨지곤 한다. “이상한 애”는 남자답지 못하게 내숭을 떨면 서 수줍음이 많은, 즉 여성스럽다는 표지로 이해된다. 이브 세즈윅 (Sedgwick, 1985)은 남성들 사이의 유대가 사실상 여성과 동성애 (homosexuality)를 배제하면서 구축되는 동성사회성(homosociality)을 그 특 징으로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남성 간의 유대는 한편으로는 여성을 대 상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 동참하지 않는 비남성을 타자화하 면서 공고해진다. 성적인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곧장 게이가 아니냐 106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는 의심으로 이어지곤 한다. 여성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거나 없는 성소 수자(혹은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대화에 참여를 원치 않는 남 성) 군인은 거짓으로 이야기를 꾸며내지 않으면 대화에서 소외된다. 기본적으로 회식 때 나오는 얘기가 있어요, 저희는. 서산에 ‘미술관’이라고 정말 부대사람들한테 유명한 단란주점이 있거든요? 정말 누가 진급을 했다 그러면 “오늘 그림 그리러 갑시다, 제가 쏠게요!” […] “단란주점을 가자, 노래방을 가서 도우미를 부르자” 그런 얘기가 당연하게 나와요. 그게 맞는 건가? 정말 남자들의 친목도모 방법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듣고 있으면. 술 먹고 기분 좋아가지고, 이제 옆에 앉혀놓고. 다 사람들 한 명씩 앉혀놓 고(O). 남성 주도의 이성애 섹스와 성매매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은 병사는 물론 간부와의 대화 속에서도 빈번했다고 한다. 심지어 집단적으로 성매 매에 참여함으로써 끈끈한 남성 유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성매매 경험은 남성들 사이의 유대를 형성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위계 관계에 상응하는 보상 내지는 대접으로도 나타난다. 공군 간부로 복무했 던 O는 군 간부들이 여성 도우미를 부르는 단란주점 등에 단체로 출입 하면서, 이를 스스럼없이 떠벌리고 다녔다고 한다. D는 자신이 신병일 때 선임들이 휴가 때마다 성매매를 권유하며, 동참하지 않으면 놀림을 받곤 했다고 말한다. 어떤 간부는 너무 자랑스럽게 자기가 부대장, 중령급인데, 중령급인 대장 이랑 같이 입으로 해주는 데를 뭐라고 하지 오랄방이었나? 그런 데를 데려 간 거를 자랑스럽게 자랑한 적이 있어요. 되게 만족스러워했다. 대장이 “ 만족스러워해서 자기도 되게 좋았다” […] 컨퍼런스를 하면서 얘기를 하 면 그 얘기가 다 공유되는, 실시간으로 공유되는데 그 라인에 여군이 있는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07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데도 불구하고 그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D). 공군에서 근무한 D의 이야기처럼 성매매 경험은 단지 남성들 사이에 서뿐만 아니라 여성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도 거침없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성애 남성 간의 유대를 공고하게 떠받치는 존재로 반복적으로 소환되 는 여성의 몸을 통해, 비이성애 남성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비가시화되거 나 비정상화된다. 결국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경유하여 형성되는 군대 남 성성과 남성문화의 의미란, 한편으로는 공동생활과 훈련을 통한 규율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성애자 남성’으로서 폭력적 성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구축되는 것이다. 여군 숙소에 있는 분리수거장을 비워야 되는 역할을 맡은 적이 있어요. 그 래서 저는 열심히 청소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빵빵, 차가 빵빵거리면서 들 어갈라니까 비켜라. 이런 식으로 하더라고요. 근데 그 짧은 순간에 제가 한 거는 운전자(여자 간부)가 누구라는 걸 파악을 하고, 되게 기분 나빠하면서 제가 자리를 비켰거든요. 그런 기분 나빠한다는 거 그 자체가 남자라는 거 로서 내가 기분 나빠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좀 했거든요(K). 군대의 위계가 단지 계급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젠더를 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K의 이야기에서도 드러난다. 여성 군인 간부가 자신에게 불쾌한 지시를 했을 경우 남성 군인 간부가 한 경우보다 훨씬 기분이 나 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K의 말처럼 여성 군인은 간부임에도 불구하고 병사들로부터 자동적인 권위를 인정받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군대의 계급이 실제로는 남성 중심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젠더가 계급 질서를 굴절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 같은 ‘과잉 이성애’ 문화는 흔히 ‘혈기왕성한 젊은 남성’들이 폐쇄된 공간에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군형법상 108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추행죄’를 둘러싼 법 담론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군인이라면 응당 성적으 로 건전한 군기와 규율에 맞는 삶을 살도록 요구받는 것과 달리 군대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매매 문화는 성적 문란함에 이중 기준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폭력적인 이성애자 남성-군인의 성욕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동성애는 ‘금지해야 하는 것’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 렇다면 동성애자로 인해 군 기강이 저해되고 전투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주장은 어디에 근거하는가. 동성애자의 성적 문란함을 문제시하는, 그 문 란한 시선의 주체는 도대체 누구이며 무엇을 가리기 위함인가. 군대에서 소위 ‘여성스러운’ 남성을 향한 동성애혐오적인 농담과 조롱 은 대단히 일상적이다. 그러나 이는 어떤 사람이 실제로 게이여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많은 연구 참여자는 군대에서 남성 간의 신체 접촉이 일 상적이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 가벼운 스킨십 은 물론이고 매우 성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행동들이 포함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러한 행동은 그저 동료애와 친밀감의 표현으로 이해되거나, 위계 관계에 있는 선임이 후임에 대해 하는 행동이거나, 가장 심한 경우 에도 매우 우스꽝스럽게 동성애를 희화화하는 방식으로 동성애와의 직 접적인 관련성을 벗어나는 것으로 여겨진다. 남자애들끼리 막 일부러 박는 시늉을 한다거나, 아니면 일부러 고추를 만 진다거나 그렇게 하면서 웃고 넘기는 […] 분명히 성적인 순간들인데, 성 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그리고 오히려 진짜로 그런(게이라는) 소문이 있는 사람들은 놀림거리가 되거나(D). D의 말처럼 성추행에 해당하는 정도의 신체 접촉조차 그저 장난에 불 과한 것으로 이해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을 하는 자가 동성애자 임이 확인된 순간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군대에서 많은 경우 동성애 ‘코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09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드’는 실상 동료애 혹은 전우애와 구분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상황에서는 그러한 분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는 강제는 왜 등 장하는가? 또, 이러한 상황은 어떻게 구분되며, 이를 조직하는 제도와 실 천은 무엇인가? 놀리면서도 ‘게이 같다’고 놀리는 거지, ‘게이라서’ 놀리는 건 아닌 것 같아 요. […] 게이 같다고 놀리면서도 실제로 그 사람이 게이라고 생각을 별로 안 하는 것 같아요. 주변에 게이가 누가 있다고 생각을 아예 안 하니까 그 렇게 놀릴 수 있는 거고(D). 군대에서 남성 간의 다양한 신체 접촉이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른 의미 가 있다는 점에서 특히 고려해야 하는 것은 계급 관계다. 남성 간의 성추 행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일종의 장난이나 애정 표현으로 인식되 는데(국가인권위원회, 2004: 66), 특히 계급 상 우위에 있는 가해자는 친 해서 그랬을 뿐이라며 이러한 행동을 전혀 범죄로 인식하지 못한다(국가 인권위원회, 2004: 70). 게이라서’ 놀리는 게 아니라 ‘게이 같다’고 놀리 “‘ 는 거”라는 D의 말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성애가 비가시화되 어 있는 공간에서 선임이 후임에게 하는 신체적 행동은 위계적인 남성 문화에서 으레 있을 법한 일이자 남성성의 표현으로 여겨지지만(권인숙, 2009b), 동성애 정체성이 노출된 경우 모든 행동은 성적으로 비추어진다. 다시 말해 무엇이 남자다운/여자(게이) 같은 행동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누구인지 혹은 행위를 둘러싼 관계와 상 황이다. 계급적 위계질서와 성별 위계질서(남/여)에 성 정체성의 위계질서 (이성애/동성애)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남성성과 동성애를 둘러싼 의미가 어떻게 모순적으로 배치되는가를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10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3. 동성애혐오의 정당화와 제도적 폭력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군대 내에서 동성 간 다양한 수준의 신체 접촉은 실제로 매우 성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경우에도 전혀 동성애와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행위 자체보다 행위가 놓여있는 맥락과 행 동의 주체/대상에 따라 의미와 반응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걔가 평소에 다른 침대 막 자주 가고 그랬었는데…. […] 남자 나체 사진 봤다. 이런 게 공유되니까. […] [그 군인이] 자기 침대로 넘어오면 “아 빨리 가라” 이런 식으로(F). F와 함께 생활했던 한 병사는 평소 다른 남성 군인과 친밀함을 표하 며 일상적인 스킨십을 가졌다. 이러한 행동은 전혀 동성애적 실천으로 이해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병사가 소지하던 휴대폰이 적발되고, 그 안에 담겨있는 남성의 나체 사진 등이 발각되는 일이 발생한 뒤 상황 은 달라졌다. 다시는 이전과 같은 스킨십은 허용되지 않았다. 동성애자 임이 밝혀지는 경우 같은 행동이나 동성 군인 간의 관계도 전혀 다른 의 미로 해석된다. 즉, 동성애의 비가시성은 군대에서 성소수자에게 이성애 자로 패싱할 가능성을 열어주면서도, 반드시 정체성이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전제를 내포하고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중대장도 제 일기장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이가 없죠. 왜냐하면 제 일기장을 보려면 관물대를 열어서 봐야하는 건데, 그거를 그 X라는 친구가, 그니까 저 말고도 다 면 담을 했대요(A). 같은 부대의 동기와 군 생활 중에 연애했던 A는 또 다른 동기에게 일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11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기장을 들켜 원치 않게 성 정체성이 노출되는 경험을 하였다. 그런데 이 러한 아우팅은 단순히 일회적인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A가 복무했던 부대의 중대장은 ‘문제’가 된 병사를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관물대를 뒤 져 일기장을 확인하는 등 사적인 영역으로 침입해 들어온다. 또한, A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지한 중대장이 이후 이를 지휘 계통을 따라 보고 하는 한편 다른 병사들에게 ‘사건의 경위’를 물으며 반복적인 아우팅을 자행했다고 말한다. 이때 A의 성 정체성은 직접적인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소대장 및 상급 지휘관인 대대장 등 다른 간부들에게 전파된다. ‘관 리’라는 명목으로 실제로는 끊임없는 아우팅이 반복되고 있다. A는 일기 장에 성 정체성과 관련된 고민으로 인해 “죽고 싶다. 힘들다”는 이야기 가 쓰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쉽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노출시키 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며 ‘불합리한 군대’ 조직문화를 지적하고 있다. A의 경험은 공적 영역으로서의 군대 생활과 사적 영역으로서의 섹슈얼 리티라는 분할, 혹은 정체성과 행위의 분리가 실제 군대라는 공간 속에 서 얼마나 덧없고 의미 없는 구분에 불과한지 잘 보여준다. 아우팅 당 “‘ 하지 않을 권리’라는 사적인 권리”(추지현, 2013: 167)조차 실제로는 허 울에 불과한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보호·관심병사 제도와 이어진다.10) 군대에 입대하는 과 정에서 모든 예비입대자는 인성검사를 받게 되는데, 동성애 ‘성향’에 관 한 질문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11) B는 보다 남성 중심적이고 폭력적일 10) 2005년 육군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보호·관심병사’라는 용어는 2011년 국방부에서 분 류기준을 설정하면서 전군에 적용하여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보호·관심병사라는 명 칭 자체가 해당 군인을 문제 병사로 만드는 효과가 있는 데다가, 등급을 부여하는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으며, 실질적으로 부적응 병사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그 기 준 또한 부적절(결손가정, 경제적 빈곤자 등이 포함됨)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 었고, 2015년 국방부는 해당 제도를 ‘장병 병영생활 도움제도’로 변경하면서 부대 내 부적응 병사와 인권침해 개선에 노력할 것을 약속하였다(국방부 보도자료. “장병 맞 춤형 관리체계 개선 – ‘보호·관심병사 제도’ 명칭을 ‘장병 병영생활 도움제도’로 변 경”. 15.02.16.) 112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것 같은 육군을 피하고자 해군에 5번이나 입대 신청을 하였으나 번번이 떨어져 이유를 병무청에 질의하였다. 나는 동성을 좋아해 본 경험이 있다.’ 뭐 이런 거였을 거예요. […] 그런 ‘ 게 있으면 해군에서는 안 받아준다는 거예요. 그래서 육군을 갔는데, 근데 그게 거기서 끝나지를 않더라고요(B). 동성애 ‘성향’이 있다고 판단되어 해군을 가지 못한 B는 육군에 가서 도 해당 인성검사가 자신을 쫓아다니고 있음을 발견한다. 훈련소에서 소 대장이 자신을 불러 동성애 ‘성향’에 관해 면담하는가 하면 자대에 배치 되고 나서도 자신이 동성애를 이유로 관심병사로 지정된 것을 발견한 것 이다. A는 아우팅 경험을 두고 “군대라는 집단 자체의 특성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기는 하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불합리 하지만 이해가 되기도 하는 군대의 특성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비록 오늘날 전쟁이 현대화되고 군대 조직이 기업화되었을지라도, 기 본적으로 군대는 전쟁을 수행하는 조직이다(유발-데이비스, 2012: 194). 군대에 합리성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전쟁을 잘 수행하기 위한 것이 다. D의 말처럼 “군대식 사고방식”을 가진 간부들에게 동성애는 군 기 강을 저해하고 전투력을 약화하지 않도록, 사실 더 중요하게는 직업군인 으로서 자신의 경력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되어야만 하는 무 엇이다. 군대 내 동성애자 군인에 대한 처우 개선을 약속하고 2007년 국 방부가 발표한 훈령의 이름이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인 것은 바 로 이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본 규정은 동성애자 군인의 지위를 11) 이와 같은 맥락에서 2006년 처음 발표된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에서는 “인성 검사 결과 ‘동성애 성향 잠재자’로 분류 시 집중관리”라는 조항이 담겨있었다(오가 람, 2008: 19). 한편 성소수자 인권단체 등에서는 동성애를 성향으로 표현하는 것이 동성애를 단지 기호나 취향으로 여기거나 변화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할 우려가 있 다며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13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성소수자를 철저히 성적이지 않은 존 재로 강요할 뿐만 아니라 말썽을 부리지 못하도록 관리하겠다는 조항인 셈이다. 동성애자를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군대의 시각과 이를 실제 집 행하는 지휘관들의 무관심, 이성애 중심적인 사고에서 동성애는 특정한 성적 행위나 정체성, 인권 보호의 차원이 아니라 그저 통제되어야 할 문 제적인 현상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동성애의 ‘관리’가 가리키는 바는 다음과 같다. 군대 내 동성애는 사적인 영역에 속하지도 않으며, 아우팅 당하지 않을 권리 조차 거의 보장되어 있지 않다. 일견 섹슈얼리티는 사적 영역으로, 군대 의 가치는 공적인 것으로 배치되어 있는 듯하지만, 사실상 섹슈얼리티 문제는 군대의 유지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침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군형법상 추행죄’, 즉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은 이러한 문제를 극단 ‘ 적으로 보여주는 조항이다. 지난 2017년 4월경,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하여 처벌할 것을 지시하였고, 수십여 명의 군인이 게이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적발’되어 기소되었다.12) 해당 사건 은 「부대관리훈령」이 규정하고 있는 동성애자에 대한 색출과 아우팅 금 지를 전면적으로 위반한 것이나, 끝내 ‘A 대위’ 등은 유죄 판결을 받게 되었다. 육본 부사관인 애가 걸린 거고. 잭디 딱 켰는데 그 사람이 있는 거지. 그래 서 걸려서 핸드폰을 압수당했는데, 거기에 연락처에 있는 게, 걔가 연락처 에 이쪽 사람들을 이름에 점(.)을 다 찍어 놓은 거야. 누구누구. 그래서 얜 누구냐, 얘는 군인이냐. 병사냐. 이렇게 말을 한 거지. 그래서 내가 명단에 올라갔었고(B). 12) 허재현·박병수. 2017. “국내 동성애자 장교는 유죄…입건된 20여 명도 영향받을까 우 려.” 「한겨레」 (05/24). http://www.hani.co.kr/arti/PRINT/796051.html 114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육군에서 복무했던 B는 ‘군형법상 추행죄’를 근거로 대규모의 성소수 자 군인 색출 수사가 있었던 시기에 수사 선상에 올랐고,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인권활동가와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B가 수사 선상에 올 랐던 이유는 (성소수자를 구분하기 위해) 단지 메신저 이름에 점(.)이 찍 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소수자임을 표시하는 점이 어떻게 곧장 수사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가? (육군 수사단이) 다짜고짜 찾아가서 “동성애자시죠? 누구 알아요?” 그래요. 내가 왜 왔겠냐. 누구랑 잤죠?”, “네”(라고 하면) “앗, 수사 개시, 당신은 “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고” 이런 식으로 수사를 시작해요. 오케이 안 했으 면 수사할 건더기가 없는 거예요. 사실 본인이 진술을 안 했기 때문에(N). A 대위’ 등에 대한 동성애자 병사 색출 사건에서 군인권센터 등 인권 ‘ 단체가 문제를 제기했던 핵심적인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시 육군 수사단은 단지 동성애자라는 추정 상의 근거만을 가지고 유도신문을 하 여 이들의 성행위를 자백하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하였다. 동 성애 행위와 동성애 정체성은 ‘당연히’ 연결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 렇다면 동성애자 자체는 존중하지만, 동성애 행위는 군의 기강에 위협이 되므로 처벌하겠다는 군의 입장은 사실상 모순에 빠지게 된다. 심지어 처벌의 유일한 근거인 ‘성행위’를 추적하기 위해 군이 성소수자 군인의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으로 침범해 들어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행위와 정 체성 간 구분이라는 기만은 동성애 처벌의 정당성 제공을 위한 알리바이 로 보인다. 실제로 군은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 합의된 성관계에서, 왜 행 위의 주체가 이성애자가 아니라 동성애자인 경우에만 군에 심각한 위협 이 되는지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례는 군대가 동성애를 바라보는 관점이 무엇인지 정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15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확하게 보여준다. 군대에서 동성애는 성적 문란함과 연결되나, 실제 성 적 폭력성은 이성애 남성-군인 만들기의 ‘정상적’ 과정으로 실천되고 있 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행위와 존재 간 허구적인 구분을 통해 처벌 과 관리 대상으로 구성되는 ‘동성애자’라는 범주는 기실 이성애 규범성 재구성을 위한 기제가 아닌가. Ⅴ. 경합하는 남성성/들과 자기재현의 딜레마: 적응과 갈등, ‘새로운’ 정체성 형성 그렇다면 동성애혐오가 제도화되어 있는 군대에서 성소수자 남성 군 인들은 어떻게 대응하며, 그 과정에서 부인되거나 (재)형성되는 성소수자 정체성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장에서는 남성 중심적이고 동성애혐오로 가득한 군대에서 성소수자 군인들이 취하는 다양한 생존전략과 실천의 의미와 딜레마를 살펴봄으로써 제도화된 성소수자 차별과 억압의 효과 를 우회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1. ‘남자 되기,’ ‘일틱’한13) 남성성 수행하기 성소수자 남성들은 ‘남자다운’ 행동을 통해 이성애자로 ‘패싱(passing )’14)하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군대는 소위 여성스러운 행동을 극복하고 13) ‘일틱’은 이성애자처럼 보이거나 행동한다는 성소수자 은어이다. 동성애자를 ‘일반’ (이성애자)과 다르다는 의미에서 이반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이러한 단어에서 일틱이 라는 은어가 생겨났다. 영어권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이성애자를 스트레이트(straight), 이성애자처럼 행동하는 것을 두고 스트레이트 액팅(straight acting)이라고 한다. 특히 남성 동성애의 경우에 일틱은 대개 여성성의 반대편에 놓인다. 14) ‘패싱’은 사회적 낙인에 대처하여 스스로 ‘정상적인’ 사람처럼 연출하여 타인에게 그 116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남자’가 되는 과정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일부 참여자들은 커다란 갈등 ‘ 없이 ‘남자 되기’ 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냥 원래 다 있는 부조리가 있었고. 음. 제가…. 뭐라고 설명해야 되지? 그러니까 제가 딱히 제가 게이라서 받았던 그런 불편함은 별로 없었어요. 그냥 군대니까. 이게 원래 군대 힘든 거구나 그런 생각은 있었는데. 내가 게이라서…. 그런 건 없었고. 저도 막 티 내고 그런 건 아녀서(H). 육군에서 복무했던 H는 다른 연구 참여자들과 달리, 성 정체성 때문 에 어려웠던 것은 특별히 없었다고 말한다. 동성애 자체에 대한 의미와 개별 정체성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에 따라 군대의 이성애 중심적 남성성 에 대한 해석방식도 개인적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비슷하게 F는 자신의 아버지가 군대에 관해 종종 이야기했던 것들을 언급하며 “남자라면 군대를 한번 갔다 와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군대에 가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한국에서 군인이 된다는 것은 ‘남 자가 되’는 것과 같다고 여기는 사고가 여전히 팽배하다(김현영, 2002). 입대 전엔 제 행동거지나 말하는 방식, 가치관과 취향 등을 여과 없이 드 러내고 타인의 반응에 여의치 않은 편이었는데, 경직되고 폐쇄적인 집단생 활을 하면서 나의 성향들을 철저히 감추고 이성애자 남성들의 논리와 사고 방식에 맞장구치는 습관이 늘었어요. 물론 입대 전 어울리던 사람들이 저 와 같은 성소수자들 혹은 나의 커밍아웃 이후에도 전과 다름없이 지낸 이 성애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내가 처한 환경에 의해 반강제적로 초래된 변화인 것 같아요(Q). 렇게 받아들여진다는 의미이다. 사회적 낙인에 관해 연구한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이 사용한 표현으로, 성소수자 문화의 맥락에서는 성소수자가 아닌 이성애자처럼 보이 는 것을 가리킨다.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17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군가를 부른대도 목소리가, 제가 되게, 이게 지금 원래는 굉장히 약간 미성 이었거든요? 근데 이게 군 생활에서 진짜 막 저음으로 노래를 했어요. 그 니까 밤에, 항상 그랬어요. 야외 불침번 설 때도 노래 부르게 시키고, 막 저음으로 말하게 시키고, 그랬었어요. 그래서 이게, 처음에 막 목이 갈라지 고, 아프고, 이게 한 1년 되니까 진짜 목이 이렇게 가라앉는 거야(M). 이 같은 섹슈얼리티(동성에 대한 욕망)와 분리된 젠더(남성성)란 모순 은 단지 개인의 선택과 한계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남자답지 않은’ 행 동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군대에서 눈에 띈다. “그냥 나는 이래”라고 웃어넘길 수도 있을 테지만 동성애를 여성성과 연결하는 사회적인 통념 하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감추어야 하는 성소수자 남성들에게 이러한 말 한마디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아우팅의 공포와 실존적 위협으로 다 가온다. 육군에서 복무했던 Q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정체성을 점점 더 감추는 요령을 내면화하게 되었다면서, 군대가 실제 자기 생각 이나 행동, 특히 젠더 표현과 관련된 부분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법 적 성별 정정을 하기 이전에 군 복무를 마친 트랜스젠더 여성 M은 남자 답게 말하려고 노력해 진짜 ‘남자’같은 목소리를 만들었다고도 한다. 전 그냥 막연하게 생각한 건데, 정작 군대 가서 보니까 저도 몰랐던 습관 중에서 음료수를 먹을 때 이렇게(새끼손가락을 올리는 거) 먹더라고요. 그 거 보고 훈련소 때 애들이 소름 끼친다고. 저거 보고 쟤 뭐지 이렇게 바로 얘기했어요. 생각해서 바로 고치고(G). 육군에 입대한 G는 평소에도 일상적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이 노출될 걱정을 했으며, 군대에 갈 때도 “티가 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 한다. 자신의 특정한 행동 양식 때문에 “이쪽 애들”처럼 될까 봐 걱정이 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극단적으로 여성틱한”, “제스쳐도 화려하고 스 118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킨십도 되게 잘하는” 외양이나 행동을 통해 “이쪽”임을 판단할 수 있다 면서, 아우팅을 피하기 위해 그 같은 행동을 조심해야 했다고 말한다. 많 은 연구 참여자들은 ‘게이더’15)가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부 대에 “이쪽(성소수자)인 것 같은” 병사가 여럿 있었다고 기억하면서 자 신도 그렇게 분류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여성스러운’ 행동을 교정했 다고 한다. 이는 비남성적인 것, 여성적인 것이 곧 남성 동성애자라는 사 회적 이미지를 성소수자 남성들도 내면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한 ‘남성 되기’라는 젠더적 실천은 이성애적 섹슈얼리티와 필연적 으로 연결된다. 성소수자 남성들은 단지 여성스럽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주의하거나 ‘교정’하는 수준을 넘어, 격렬한 신체 활동과 접촉, 여성성에 대한 비하와 조롱, 성적 대상화 등을 통해 이성애자 남성들에게 승인받 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내가 되게 처세를 잘했다고 생각해. 연기를 잘하고 살았지, 뭐 맨날 장난식 으로라도 그런 말을 많이 했어, 여자랑 관련된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 (중 략) (스킨십은) 내가 많이 했어, 후임들한테. 왜냐하면 나는 첫 번째로 친해 지고 싶어서 그런 거였어. 나는 그런 애들이 별로 ‘식’16)이 된다기보다는 내가 그냥 일반인 거를 과시하고 싶었어, 일틱한 거를. “나는 너를 만져도 아무 감흥도 없다” 이런 거라던가(C). C는 군대에서 ‘일반적인’ 남성처럼 보이려고 자신의 행동을 의도적으 로 연기한다. 자신이 ‘충분히’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던 것을 종종 상기하면서, 육체적 활동을 통해 자신의 ‘남자다움’을 드러내 고, 다른 군인들과의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F처럼 피할 수 없는 성적 대 15) 게이더는 게이와 레이더의 합성어로 외모나 행동 등을 통해 성소수자인지 아닌지 판단한다는 은어이다. 16) 성소수자 사이에서 자신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사람을 가리켜 ‘식이 된다’고 한다.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19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화에서는 과거 성 경험의 상대방을 여성으로 바꾸어 꾸며내면서까지 이 성애적 성관계를 과시하거나, L처럼 동성애에 관한 농담을 전유하면서 스스로 이성애자로 패싱하기도 한다. 실제로 뭐 창녀촌 갔다는 사람도 많고, 애들도 많고. 아니면 뭐 대부분 자 위로 끝냈다. 다 이 정도. 딸을 많이 쳤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여자 친 구 있는 애들은 하고 왔고. 여자친구랑 2번씩, 3번씩 했다 이런 애들도 많 죠. 그렇죠. 그런데 게이들은 이렇게 얘기해요 보면. 그 여자에 빗대며 얘 기해요. 남자하고 했는데 여자하고 했다고 얘기해요(F). 오히려 걔가 그런 걸(게이라고 놀리는) 애들이 하는 말을 농담으로 만들어 버리고 같이 장난칠 때 그런 거를 밀고 나가버리니까 애들이 거부감이 없 으니까(L), 성적 지향과 같은 정체성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 기를 한다고 해서 금방 상대방이 알아챌 방법은 없다. 많은 경우 성소수 자와 관련된 농담을 그저 같이 즐기고 전유하는 방식으로 곤경을 돌파할 수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일부 성소수자 군인은 단지 이러한 희롱 을 전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동성애자라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동성애혐오 발화에 참여하기도 했다. (동성애를) 극혐이라 하는 애들도 많고, 부정하면서. 막 “얘 좀 게이 같지 않나?” 그러면 “아, 뭐라카노?” 이러면서 “게이 극혐” 하는데, 이런 식으로 뭐. (제 생각에는) 그렇게까지 해야 되나? 자기가 의심 받으니까 그런 말 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F). 호모포비아 발언 했다는 그 게이 선임은, 그 형도 외국에서 살다 왔거든요. 120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 유학 생활 하다가 들어왔는데, 그 사람은 오히려 한국 군대에 대한 [ 환상이 좀 있었나 봐요. […] 당연히 한국 군대는 호모포빅하고, 당연히 (동성애자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나 말고는 없겠지 예상을 하고 들 어와서 그런 얘기를 하고(D). D가 만난 게이 선임처럼, 어떤 경우에는 자신이 성소수자로 의심을 받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동성애혐오 발화에 가담하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남성성의 실천을 연구 참여자들은 ‘처세’나 ‘노력’ 등 의 식적인 활동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으로 사회적으로 형성되 어 있는 ‘동성애자 남성’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스스로 자각하고 아우 팅에 대한 불안을 없애려는 노력과 연관된 것이기도 하며, 다른 한편으 로는 어린 시절 겪었던 성 정체성의 혼란과 여성성에 대한 고민에서 비 롯된 것이기도 하다. 내재적 속성의 자연스러운 발현이라기보다 사회적 압력의 효과인 것이다. 이들에게 남자다움이라는 젠더 정체성은 수행성 을 통해 획득되는 것이며,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행동에 부여된 의미 의 효과이자 위계적 남성성들을 정렬하는 기제다. 이러한 실천이 함의하 는 바는 진화론적 속성이라 여겨지는 섹스와 남성됨(젠더 정체성) 간의 고리, 젠더와 성적 욕망 간 연결성은 고정되어 있지도 단선적이지도 않 다는 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젠더 실천’이라는 것은 사실상 강제된 이성애 제도 속에서 얼기설기 봉합된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2. ‘착한 (게이) 군인’ 되기 동성애혐오에 직면한 성소수자 남성 군인들이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 가운데 하나는 군인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비록 남성 중심적이고 이성애 중심적인 군대 문화에 적극적으로 편입하지는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21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못하더라도 군대에서 멤버십을 인정받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기 때문 이다. 많은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이 군 생활을 매우 잘했고, 주변의 인정 을 받았다고 말한다. (게이인 선임이) 막 남성적이고 그러지는 않았는데, 오히려 여성적인 편에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자기 일을 되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니까 간부들에게 총애를 받는. 일을 도맡아 하고, 일 처리도 빠르고. 그러니까 그 사람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거죠. […] 두 기수 후임이 랑 붙어 지내니까 ‘둘이 사귀는 거 아니냐?’ 장난식으로 이런 얘기 하는 건 있었는데. […] 그런 정도로 넘어갔고, (문제가 있는) 그런 정도로 보이지 는 않았던 것 같아요(D). D는 성소수자였던 자신의 선임이 능력이 뛰어나서 주변 간부들이 건 드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다른 연구 참여자들에게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 를 들을 수 있었다. 군인으로서의 능력을 증명하고 인정받는 것은 군대 라는 조직 내에서 매우 중요한데, 이는 성소수자 군인에게 남성성을 특 별하게 증명하지 않더라도 군대 문화에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이 문제가 될 때 군인으 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A는 자신의 아우 팅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군 생활을 비교적 잘했기 때문에 그 정 도로 넘어갔던 것이라고 기억한다. 제가 중대 통신병이었거든요. 중대장을 따라다니는 통신병이어서, 일 년간 저를 봐왔던 중대장이니까 어느 정도 중대장이 좀 괜찮게 생각하고 있었다 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냥 제가 얘기를 했을 때 잘 들어주고 이야기를 잘했다고 생각을 해서(A). 122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이태원에서 유명한 걔가, 간부들이 걔 진짜 싫어했어요. 근데 걔 일 진짜 잘했거든요. 그래서 인정받았어요. 진짜 싫어했다가. 이쪽(성소수자)인 거 아는데. 걔는 대대장님한테 따로 말씀드려서, 대대장님이 간부들한테 얘기 를 했거든요. 근데 이 친구가 군인 하고 싶다니까 잘 지켜봐 주자고, 근데 진짜 잘 해가지고 인정받은 케이스(F). F 또한 자신이 부대에서 알고 있던 다른 성소수자 병사가 자신의 성 정체성이 드러났음에도 착실하게 군인으로서 맡은 바를 다 한 결과 문제 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물론 군인으로서 군대에서 능력을 인정 받는 일이 성 정체성의 노출과 결합한 서사로 자주 등장한다는 점은 주 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군인 됨의 능력과 관련된 성소수자 군인의 서사는 군대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다짐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남성성이 모자란 자로 여겨지는 경우에도 자신이 맡은 보직에서 업무를 충실하게 잘 해내면 군 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서 크게 지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연구 참여자들은 애초 부터 이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군 생활에 임했다. 사실 뭐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겠다든가?(그런 건 없었고) “그냥 조용히 있자” 이 생각으로 간 거였고. 아니면 그냥 그런 시스템이 있었다고 하면 뭔가 해 보지 않았을까 싶은데…. 근데 제일 첫 번째는 진짜 알려지지 않는 거. 내가 그것 때문에 딱 주의를 했던 건, 아 난 말만 안 하면 되겠다. 그니까 이 사실 을 말만 안 하면 되겠다. 근데 실제로 말을 안 하면 아무도 모르더라구(L). L은 자신의 성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것을 목표로 군 생활에 임하 였고, 비교적 성공적으로 군 생활을 마쳤다. 흥미롭게도 이는 「부대관리 훈령」에서 그리고 있는 군대 내 동성애자의 모범적인 상과 무척이나 닮 아있다. 도망갈 곳도 자유로운 공간도 허용되지 않는 감옥과 같이 폐쇄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23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적인 군대 문화 속에서 이들은 튀지 않고 순응하는 길을 택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군대는 무언가를 참고 인내해야 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군대에서 뭐 배우는 게 있다고 하잖아. 근데 난 군대에서 배운다는 건 사 회에, 이 차별과 이런 것들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는 거 같아. 참는 법을 배 우는 거였지. 그니까 “너는 소리를 내도 안 될 거야”라고 그냥 묵묵히 그 냥 받아들이는 법? 요거를 배우는 거지, 어.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왜 사 회생활 잘한다, 그러잖아. 그 말은 조용히 닥치고 있으라는 거잖아요. “시 키는 것만 해” 이런 느낌이잖아요. 그런 거 배우는 집단이라고 생각해(M). 군대가 삶의 전환점이라는 말에 동의를 안 할 수 없는 게, 일단 물론 내가 그 전에 회사생활하고 가서 적응을 더 잘했겠지만, 부대가 또 부대다 보니 까. 나는 거기서 약간 사회생활에 관련된 걸 많이 배운 것 같고, 거기서 같 이 일하고 또 거지 같은 위계질서는 진짜 거지같고. “저렇게 살면 안 되겠 다”를 많이 배운 것 같아(L). 결국 성소수자들에게 군대란 체계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노 력과 실천을 반복해야만 하는 공간이다. 이들은 정체성을 은폐하되 다른 이성애 남성 군인들을 반복적으로 흉내 내는 과정을 통해 ‘사회생활’을 잘하는’ ‘남자’가 되어 간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 아우팅의 굴레에서 야기되는 불안과 결코 안정적으로 정렬되지 않는 섹 스와 젠더, 섹슈얼리티 간 균열 속에 성소수자 군인들은 다른 정체화의 길을 택하기도 한다. 3. 동성애 정체성의 재구성 섹스와 젠더 정체성, 동성애와 이성애, 여성성과 남성성 등 일련의 의 124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미망을 질서정연하게 배치하는 군대라는 공간 속에서 성소수자들은 역설 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찾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동성애혐오 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많은 사람이 스스로 성 정체성을 고민할 때 죄책감 내지는 수치심을 갖게 하는 장벽이다. 오랜 기간 남성들과 공동생 활을 하는 군대라는 공간은 이러한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일부 성소수자 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재)구성하거나 인정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성격이나 대인관계는 음, 많이 달라지긴 했어요. 제가 이쪽인 걸 인정하고 나니까 교회 안에서 자라오면서 저 자신을 스스로 옭아매고 있던 여러 가 지 밧줄들을 풀어버리게 되었고…. […] 여유도 더 생기고. 인정하고 나서 그 이후가 저에겐 또 다른 성장의 시간이었습니다(P). 입대 전까지는 정상 가족이나 뭐 이런 거에 대한 생각이 많았으니까, 좀 뭐 라 그러지. 디나이얼 기질이 좀 있었던 것 같고, 그러다 보니까 친구를 많 이 못 사귀었던 것 같아요. 그니까 뭐라 그러지. 또 흔히 요구받는 그런 수 행해야 될 그런 이미지와 남성성? 약간 이런 것들과…. 이런 것들에 천착하 다 보니까 친구를 못 사귀었던 것도 있고. 그래서 우연히 게임하다가 만났 던, 그 친구 만난 거 외에는 친구는 만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 [군대 경험을 통해] 오히려 자기혐오나 이런 것들도 많이 없어졌던 것 같고(E). E와 P는 군대에 복무할 당시까지만 해도 자신이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군대에서 만난 다른 성소수자 군인과의 교류 를 통해 부정하고 있었던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된다. A는 자 신과 군대 내에서 연애했던 동료 병사가 그 이전에는 동성애를 경험해 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고 말한다. 폐쇄적이고 단순한 생활공간, 남성들만의 공간이라는 특수성이 역설적으로 자기정체화의 기회가 되기 도 하는 것이다.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25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소위 말하는 디나이얼(denial)이었어요. 그래서 원래 그냥 당시에 남자들이 랑 뭐가 없었던 건 아닌데, 그냥…. 인정하기 싫은? 근데 군대 가서 정체화 를 한…. […] 정체화를 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군대 안에서 선임이 있었 는데, 휴가를 나가서 어플을 돌리던 와중에 선임을 발견해서, 어떻게 하다 보니 커밍아웃을 하게 돼서, 그렇게 정체화를 하게 된 거죠(D). 이들에게 군대 내 다른 성소수자의 존재는 자기혐오에서 벗어나 스스 로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동료들에게 할 수 없 는 나름의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고 성 정체성에 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A와 E는 다른 군인과 연애를 하 면서 군 생활의 어려움을 서로 달래곤 했다. 입대 전 성소수자 커뮤니티 와 닿아있지 않았던 F는 군대에서 만난 다른 성소수자와 생활하면서 성 소수자 문화나 커뮤니티를 알아가기도 했다. 군대 경험을 통해 확립한 성소수자로서의 자기정체성은 군대라는 공 간에서의 경험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도록 돕기도 한다. 흑인 페 미니스트 사회학자인 패트리샤 힐 콜린스(2009)는 백인 가정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의 경험을 ‘내부에 있는 외부인’(outsider-within)으로 설명한다. 이들은 내부에 존재하지만, 외부인이라는 자신의 위치성(positionality)을 자각함으로써 당연한 가정에 의문을 품고 지배적인 사회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콜린스, 2009: 38). 이러한 위치성은 비록 남성이지만 정상적이고 남자다운’ 남성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비이성애자 남성에게 ‘ 군대의 남성 중심적이고 이성애 중심적인 문화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 을 제공하기도 한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군대 전에는 하나도 없었어요. 저는 뭐 여성 문제 이런 거에 대해서는 제가 여성이 아니니까 이걸 공감을 잘 못하고 그랬단 말이에 요. […] 근데 군대를 갔는데 거기 친구들이…. 애들이 여성에 대한 성(적) 126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대상화가 너무 심각한 거예요. 그러니까 막 TV에 여자 연예인 나왔을 때 하 는 말들이나, 그런 거에 대해서 가진 사상이나 아니면 뭐 휴가 나가서 하고 싶다 뭐 이런 끔찍한 말들이 너무 싫은 거예요. 그때 제가 그때부터 여성주 의 이런 거에 관심을 갖게 된 거였거든요. […] 또…. 특히 군대에 있는 어 떤, 동성애 코드를 유머 코드로 취급해버리는 그런 발화들, 문화들(B) 내 문제로 받아들이고 나니까 전역하고 나면 그런 “정치... 문제에도 관심 을 가져봐야지”, 운동에도 참여해 봐야지” 이런 생각이 있었던 거죠. “ …] ‘이 문제’(성소수자 문제)는 완전 내가 피부로 느끼는 문제더라고요 [ (D).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 페미니즘이나 성소수자 이슈에 크게 관심이 없 던 B와 D는 군대 경험을 통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등 전역 이후 성소수자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성소수 자 남성들은 군대 문화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불안을 실제로 확인하면서 주변인으로서의 자신의 위치성을 발견한다. 앞서도 보았듯, 군대 내 동 성애 허용/불허라는 이분법적 논의에서 흔히 동성애는 법 앞에 이미 존 재하는 고정적이고 본질적인 정체성으로 상상되곤 한다. 그러나 실제 군 대 내 성소수자(그리고 이성애자들 또한)들의 정체성은 타고난 본성이나 고정되어 있다기보다는 끊임없는 협상의 대상이 되고 (재)구성되며 유동 한다. 이들은 군대와 규범적 남성성이라는 기존의 의미망에 단순히 순응 하지 않고, 갈등적으로 수용하거나 협상하며 때로는 섹슈얼리티와 젠더 규범 자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체현하며 ‘다르게’ 실천하기도 한다. 4. 제도화된 혐오와 비/존재라는 자기재현의 딜레마 이 같은 군인들의 다양한 생존전략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성소수자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27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군인들의 모순적 자기재현과 딜레마는 군대 내 동성애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군대라는 공간에서 모든 대화 는 ‘이성애자 남성’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진다. 동성애자는 존재하지 않 는 존재다. 비존재의 전제는 성소수자의 커밍아웃을 가로막고, 거대한 장벽 앞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는 다시 산화된다. 당연히 우리가 이성애자일 걸로 전제하고 여군을 조심해라 이런 식으로 얘 기를 하고 […] 특수한 사례로 동성애자 사례를 몇 개 제시할 때에는 “이 런 거 하면 부모님한테도 부끄러운 짓이고, 너네 앞으로 사회 나갈 때에도 큰 문제 되니까, 성욕에 넘쳐서 뭐 그런 거 하고 싶어도 절대 하지 마라(D). 커밍아웃을 할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근데 절대 못 하겠더라고요. 일단 관심병사가 되는 것도 문제고, 나한테 시선이 집중되는 게 싫으니까. 근데 만약에 군이 성소수자를 군인으로 인정한다면, 징병을 하고 있다면 아예 군인으로 동등하게, 차별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 던가, 아니면 성소수자를 군대라는 공간에서, 그니까 징병을 하지 않던가, 둘 중에 하나만 해야 하는데 이중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게 문제라고 생 각하고, 그런 이중적인 태도가 반영된 게 아까 말한 관심병사 제도라던가, 아니면 성교육에서, 공식적으로 군에서 하는 성교육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동성애 자체가 아주 더러운, 불명예스러운 행위인 것처럼(D). D의 경험처럼, 비존재에 대한 전제에 저항해 커밍아웃을 고민하지만 이후의 결과가 눈에 보이듯 두렵다. 그러나 그러한 암묵적 전제는 사실 상 존재를 가정한 기만임이 일상의 발화로 드러난다. 그의 말처럼 군대 내 성교육에서 “더럽고”, “불명예스러운” 동성애는 이미 혐오의 대상으 로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군인-남성 만들기 과정에서 모순적으로 동원되는 동성애자 비가시화 128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와 존재를 전제한 일상의 혐오 발화는 성소수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성 정체성을 전략적으로, 때로는 모순적으로 수행하고 구축해야 하는 배경 이 된다. 문제는 수행의 효과다. 철저하게 ‘군인-남성’이 됨으로써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이성애자 남성으로 패싱하는 전략적인 행동은, 아이 러니하게도 동성애혐오를 회피하고 침묵하게 되어, 군대 내 동성애의 존 재를 다시 감추는 효과를 초래한다. 비가시화된 동성애가 다시금 이성애 규범적인 군대 제도에 의해 조성된 동성애혐오 발화의 토양이 되는 것이 다. 정체성을 드러낼 경우 차별과 처벌에 노출되고, 감출 경우 지속적인 자기부정과 분열의 굴레에 갇히는 모순적 재현의 딜레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봉착하는 자기재현의 딜레마는 동성애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것 이 아니다. 세즈윅(Sedgwick, 1990: 72)는 사적/공적 영역의 경계에 위치 한 벽장17)과 커밍아웃이라는 은유는 동성애/이성애의 이분법으로 구성되 어있으면서도 이를 은폐하는 근대 사회 그 자체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주 장한 바 있다. 그는 동성애자이자 교사였던 아칸포라의 사례를 통해 동 성애 정체성과 벽장의 딜레마를 설명한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박탈된 교사 지위를 회복시켜 달라고 요구한 재판에서 연방지방법원은 그가 미 디어 등을 통해 자신의 지위 회복을 위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지나치게 많이 드러냈다며 이것이 유해하다는 점을 들어 그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오히려 앞선 판결을 기각하는 대신 교사로 임용될 당시 그가 동성애 정체성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의 요구를 거부한 다. 아칸포라가 교실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동성애자 정체성을 너무 노출했다는 것에서 그 반대로 충분히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바뀐 것이다 (Sedgwick, 1990: 69). 이처럼 동성애자에게 커밍아웃에 대한 금지와 추동 17) 성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을 벽장에서 나온다(coming out of the closet) 고 표현한다.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29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은 동시적으로 존재하는데, 이 모순적인 통제를 통해 동성애자 정체성은 이중적으로 구속되며 축소된다(Sedgwick, 1990: 70). 동성애혐오 발화나 동성애를 바라보는 군대(그리고 사회)의 시각에서 동성애가 변태 성욕자로 박제된 것과 달리 실제 성소수자에게 동성애란 지속해서 의미를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과정으로서 존재한다. 군대 내에서 ‘남자다운 행동’과 ‘게이 같은 행동’은 행동 그 자체로서보 다는 상황과 주체에 의해 좌우되곤 하는데, 이는 남성성이 그 자체로 본 질적인 속성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코넬, 2013; Schrock and Schwalbe, 2009). 동성애의 의미 또한 마찬가지다. 동성애가 애초에 본질적이고 고 정된 속성이 아니라는 뜻에서, 혐오 발화에서 망상적으로 그려지는 동성 애자의 모습만큼이나 성소수자 당사자에게도 동성애는 충분히 상상적이 다. 연구 참여자들이 말하는 동성애의 의미나 동성애자에 대한 관념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도적으로 동성애 정체성을 억압하는 군대는 그래서 심각한 문제이 다. 동성애에 적대적인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 제도 위에 구축되었다는 점 이외에도, 성소수자 당사자들에게 자기부정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실 천할 것을 강제하기 때문이다. 위계적으로 구성된 남성성과 여성성에 들 러붙어 있는 동성애혐오는 그 자체로 이미 사회적인 차원을 가지는 구성 물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충족적인 예언처럼 혐오스러운 타자로 동성애자 를 그려내고, 동성애자들의 입을 닫게 만든다. 성소수자의 자기재현을 막는 억압적인 공간에서 동성애혐오는 자연화, 정상화된다. 이 가운데 성소수자 군인은 비가시화되고 여성혐오와 한 쌍으로 묶여 있는 동성애 혐오 발화와 그 효과는 결코 질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질문 의 방향은 성소수자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이성애/남성 중심주의를 자 기 예언적으로 반복 재생산하는 억압적인 군대 제도의 ‘문제’로 바뀌어 야 한다. 130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Ⅵ. 나가며 본 논문은 군대 내 동성애 ‘문제’가 사실은 동성애 정체성을 ‘변태 성 욕자’로 납작하게 고정하는 혐오의 정치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성소수자들의 군대 내 경험을 분석하고자 하였 다. 연구 참여자들은 군대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남성 중심적이고 이성애 중심적인 군대 문화를 인지하고, 군 생활 내내 규율화 과정을 통해 지속 해서 ‘군인-남성’이 될 것을 요구받는다. 동성애자 정체성은 차별과 처벌 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연구 참여자들은 이성애 남성성의 규범에 따라 일틱’한 행동하기와 동성애혐오 발언에 가담하기, 군인으로서의 능력 증 ‘ 명하기, 혹은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군대에 관한 비판적인 관점을 구 축하는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군인-남성 되기는 폐 쇄적이며 위계적인 군대 조직문화에 잘 적응하는 능력 있는 군인 되기이 자, 동시에 ‘여성이 아님’을 끊임없이 증명하는 수행적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대처 전략은 한편으로 성소수자 남성 군인이 군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성애 각본을 내재화하 고 실천하면서 규범적 남성성을 재생산하거나, 여성혐오와 동성애혐오의 재생산에 본의 아니게 공모하기도 한다. 군대라는 이성애 남성 중심적인 제도적, 문화적 조건에서 성소수자 군인의 성적/젠더 실천이 성 정체성 의 비가시화와 자기부정이라는 딜레마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 한 딜레마는 성소수자 개인의 선택 때문이라기보다, 성차별적이고 동성 애혐오가 만연해 있는 군대라는 억압적 제도에서 비롯된 것이자, 섹스젠더-섹슈얼리티를 일관되게 정렬시켜야만 ‘정상적’인 시민이라 인정되 는 이성애-남성중심적 한국사회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군대 내 동성애 ‘문제’를 둘러싼 최근 한국 사회의 논 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군대 내 동성애를 ‘허용’하면 군대가 성적으로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31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문란해져 군 기강이 저해되고 전투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주장 은 동성애자를 전적으로 성적인 존재이자 관리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군대의 시선과 닮아있다. 동성애에 대한 차별 대우 내지는 처벌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행위와 존재의 구분을 통해 정당화되지만, 실제 성소 수자 군인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군의 입장은 모순적이다. 성차 별적인 남성 중심의 성문화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질문되지 않기 때문 에 군대에 만연해 있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매매 문화는 성적 문란함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군대에서 남성 간 성폭행 또한 이성애자 남성이 권력을 확인하기 위해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군대 내 동성애 ‘문제’를 성적 문란함과 연결하는 것 자체가 동성애혐오에 다름 아니다(국가인권위원회, 2004). 결론적으로, 군대 내 동성애 ‘문제’는 동성애자의 성적 문란함이 아니 라, 동성애를 문제로 설정함으로써 군대가 (재)생산하는 여성혐오와 동성 애혐오 문화, 이를 통한 성소수자들의 자기부정의 정체성 형성 과정이라 고 할 수 있다. 군대 내 동성애자의 존재는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이성 애 남성을 제외한 자를 배제하는 군대의 규범이 만들어 낸 효과다. 군대 에서 동성애자는 보이지 않는 군인으로 존재할 때에만 그 존재를 존중받 을 수 있으나, 그러한 비가시성은 다시금 동성애혐오를 제도적으로 재생 산하는 순환 과정의 일부가 된다. 처벌 대상으로서 동성애자라는 범주는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 만들어진다. 동성애라는 기표는 기실 사회적으로 그 의미가 채워져야만 하는 빈 곳임에도 불구하고, 지배적인 사회적 위 계나 가치 규범과 결합한 특정한 성적 실천, 혹은 육체적 속성에 정박한 동성애는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때론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루 빈, 2015: 291; 누스바움, 2016: 55). 결국 군대 성 정치학의 궁극적 효과 는 성차별적 남성중심적 문화의 승인이자 이성애 규범의 정상화와 자연 화인 셈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억압되는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삭제하면 132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서 그들을 비정상적인 타자로 만드는 정치적 언설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 엇인가? “사회적 타자들에게 권한 부여와 해방적 지식을 생산하고, 전반 적인 사회변화와 사회정의에 기여하는 것”이 페미니스트 연구의 궁극적 인 목표라고 할 때(이나영, 2017), 이제 질문의 방향은 군대 내 동성애의 허용/금지가 아니라, 질문의 주체와 목적, 효과에 대한 것이자, 한국 군 대 제도에 내재한 ‘문제’, 더 넓게는 이성애-남성중심적 한국사회 자체여 야 할 것이다.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33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참고문헌 국가인권위원회. National 2004. “군대 Human Rights “Gundae Nae 내 동성간 성폭력 실태조사.” 미간행. Commission of the Dongseonggan Republic of Korea. Seongpongnyeok 2004. Siltaejosa.” unpublished. 국가인권위원회. 2006. “[보도자료] 동성애자 사병에 대한 차별과 인격권, 프 라이버시권 등 침해에 대하여 인권교육 등 권고.” (검색일: 2018/09/01) https://www.humanrights.go.kr/ National Human Rights “[BodoJaryo] Ingyeokgwon, Commission Dongseongaeja of the Republic Sabyeonge Peuraibeosigwon Deung of Daehan Korea.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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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nylee@cau.ac.kr (2018. 10. 15 투고, 2018. 10. 31 심사, 2018. 12. 6 게재확정)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43 보이지 않는 군인들: 한국 군대 내 동성애혐오와 성소수자 정체성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Jeong, Seong-Jo (Graduate Student, Sociology at Chung-Ang University) Lee, Na-Young (Professor, Sociology at Chung-Ang University) This study aims to analyze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military and homosexuality by analyzing the experiences of sexual minority soldiers in the Korean military beyond the claim that homosexuality in the Korean military is a social and national “problem”. In recent years, the anti-homosexual discourses have been spreading that homosexuality in the military is causing the serious national crisis. However, substantive researches or sociological interests are insufficient. Meanwhile, homosexuality in the military has been defined as a perverse existence to be managed and punishment in the change of the ‘Sexual Harassment in Military Criminal Act’ or ‘the Military Discipline Instructions’ since the mid - the 2000s. However, unlike anti-homosexual discourse or legal discourse that calls homosexuality in the military as a “problem,” non-normative sexual identity in the military actually exists as a process rather than a fixed, essential attribute or category. In the military that is male-centered and heterosexual -oriented, sexual minorities are coping strategies for surviving by “passing” into heterosexuals and practicing 144 문화와 사회 2018 26권 3호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Invisible Others: Institutional Homophobia and Identities of Sexual Minority in the Korean Military being joined into the male bond, or by separately performing military service successfully. Some sexual minorities have been criticizing the military from the point of view of a man who is not a ‘heterosexual soldier’, that is, an ‘inside outsider’, by first being aware of and accepting his sexual identity in the military. These experiences reveal that self-representation carried out by sexual minority soldiers in the institutional and cultural conditions of the military is in the dilemma of self-contradiction and invisibility of homosexuality. However, this dilemma comes not from the strategic gender practice itself of the sexual minorities but from the institution itself, which reproduces homophobia and sexism and recognizes only heterosexuals as ‘men’. Key Words: Homophobia, Homosexuality, Sexual Minorities, Masculinity, Military, Sexuality, Gender Korean Journal of Cultural Sociology Vol. 26 No 3, 2018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 IP: 180.224.75.*** | Accessed 2019/01/10 16:14(KST)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