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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

하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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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테이블
소재지 서울시 마포구 난지도길 45-1
가는 법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 간선버스 271, 571번, 지선버스 7011, 7013, 7715번, 마을버스 마포08번 월드컵공원 하차
사이트 http://worldcuppark.seoul.go.kr
이용 시간 일몰 한 시간 후까지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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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숨’에 하늘에 오르다
  2. 노란색 유채에서 은빛 억새까지
  3. 98미터의 압도적 황홀
하늘공원
하늘공원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공원이다. 한강과 접한 98미터 높이에 있는 5만 8천 평의 공원이다. 떠 있다거나 하늘과 맞닿아 있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 자체로 ‘하늘을 담는 그릇’이다. 그러니 하늘 위를 걷는 길이다. 억새를 동무 삼거나 유채와 개나리와 해바라기를 벗 삼거나.

‘한숨’에 하늘에 오르다

하늘계단이 막아선다. 291개로 이루어진 계단이다. 갈등이 인다. 사람인데 당연하겠지. 도시의 길은 늘 수평이나 수직이다. 자동차나 엘리베이터다. 저절로 몸이 움직이는 삶. 몸은 편리하지만 그 때문에 삶은 옹색해진다. 그래서 때로는 일부러 걷는다. 온몸이 찌릿하게 삶의 풍요로움을 느끼도록. 더구나 하늘까지 닿는데 291걸음이라면 그건 ‘한숨’이다. 부디 망설이지 말지니.

하늘공원은 서울의 하늘이다. 적어도 서울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공원이다. 굳이 억새나 해바라기를 말해 무엇할까. 계단의 끝에 또는 오름길의 끝에 이토록 광활한 대지가 서울 어디에 있으랴. 다시 말하건대 그 너비에 비하면 291개의 계단은 한숨이다.

하늘공원은 실상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공간이다. 한강과 접한 98미터의 높이 위에 5만 8천 평의 평지라니. 서울에 산은 많다. 한강의 화려한 풍광으로만 치자면 15분쯤 오르면 정상에 이르는 응봉산이 있다. 서울 최고의 야경 조망점이다. 하지만 산이다. 산은 정상에 대지가 아니라 봉우리를 갖는다. 반면 하늘공원은 너른 대지다. 여의도공원이 어느 날 갑자기 98미터 높이로 붕 솟아오른 거지. 마치 신의 공원처럼. 그 위를 걷는 즐거움이라니. 그래서 하늘공원의 바깥 둘레는 마치 가까운 지평선 같다.

그렇지만 하늘공원은 월드컵경기장역에서 적잖이 걸어야 한다. 또 그렇지만 아깝지 않은 걸음이다. 하늘공원의 남쪽으로 평화의 공원, 북쪽으로 노을공원, 동쪽으로 난지천공원, 서쪽으로 난지한강공원이 있다. 평화의 공원에서 구름다리를 건너 하늘계단을 오르기도 하고, 난지천공원에서 오르막길을 걸어 오르기도 한다. 물론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이도 많다. 어느 길을 택하든 98미터의 높이까지 오름길이다. 자전거도 예외는 없다. 그리고 어느 길을 택하든 풍광이 나쁘지 않다. 월드컵공원 안에서도 사방이 공원으로 둘러싸인 유일한 장소답다. 당장 눈앞에 거치적거리는 높은 건물이 없다. 그러니 풍경이 대체로 시원스럽고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람도 적잖이 불어 땀을 식힌다. 공원까지 오르는 길목에는 쉬었다 갈 만한 벤치도 있으니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걸어도 된다. 그래도 오르지 못할 나무라며 쳐다보지도 않겠다면야.

노란색 유채에서 은빛 억새까지

난지천공원에서 올라오면 가까이 안산과 그 너머 북한산의 풍경을 마주한다. 도심과 어우러진 산이다. 계단 대신 능선을 따라 걷는다. 평화의 공원에서는 하늘계단 쪽으로 오른다. 291개의 계단은 지그재그로 열리며 경사를 낮추려 애쓴다. 하늘계단을 걸어 오르는 사람들은 멀리서 보면 그림 같다. 자그마한 점들이 길 따라 가만가만 움직인다. 반대로 하늘계단길에서는 월드컵경기장과 한강변의 풍경이 펼쳐진다. 성산대교의 붉은 아치가 도드라진다. 그 너머로 월드컵분수도 장관이다. ‘한숨’의 걸음이지만 한숨에 올라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계단을 걷다 옆을 돌아보면(뒤가 아니라) 높이 따라 달라지는 비경이 남다르다.

수고스럽지만 계단을 모두 오른 후에도 조금 더 걷는다. 이 길도 꽤나 재미나다. 봄에는 개나리가 꽃으로 호위하는데 보도블록이나 난간의 나무들이 제법 이국적이다. 뜻밖에도 그 반복되는 보도블록의 문양이 꽤나 신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공원으로 들어서면 공간을 절반으로 가로지르는 큰길이다. 끝까지 걸으면 하늘전망대다. 한강의 풍경을 제대로 굽어볼 수 있다. 하늘공원은 크게 ‘+’자 형의 길이 자연스레 억새의 무리 사이로 나 있다. 중앙의 대로에서 좌우로 뻗어나간다. 그렇게 구획된 네 개의 구간이 다시 ‘x’자 형태로 샛길을 낸다.

길을 걷기 전에 입구 오른쪽 방문자센터에 들른다. 이곳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도 좋지만 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까닭이다. 처음 찾는 이는 꼭 들를 일이다. 공원의 전경을 살피고 나서 걸으면 시간이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제 걸음의 위치도 가늠할 수 있다. 내려와 다시 억새의 길을 걷는다.

하늘공원의 걸음은 사계절 언제나 억새의 길을 걷는 것이다. 봄날에는 새순처럼 갓 피어난 초록의 억새들이 잔디처럼 푸르다. 무성하지 않으니 여린 초지다. 그래서 토끼가 뛰어다니는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띈다. 개나리의 방정맞은 봄소식도 앙증맞기만 하다. 야생화도 틈새로 꽃을 피운다. 봄이 완연해지면 여름의 길목까지 유채꽃이 억새의 숲을 뒤덮는다. 하늘공원이 노랗다. 아득하다. 여름 지나 가을의 길목까지는 해바라기와 코스모스가 뒤엉킨다. 이때쯤에는 억새들도 제법 건장하게 자란다. 자리다툼이 은근하다. 그리고 가을이 차면 억새들이 기세등등하다. 승전보다. 가을 억새의 위용은 곧 하늘공원의 위용이다. 뭐라 해도 하늘공원의 으뜸 계절은 가을이다.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억새다.

가을 억새는 사람 키보다 웃자란다. 하늘거리지만 꺾이지 않는다. 공원의 대지는 전반적으로 평지를 걷는 듯하지만 그 안에서 높낮이를 갖는다. 무리하지 않을 만큼 적당히 오르고 내린다. 억새의 무리에 파묻혔다가 또 어느 틈엔가는 억새의 전경과 그 사이로 난 길을 두루 굽어본다. 황토볼 지압로도 걷는다. 억새의 사이로 자갈들이 우르르 소리를 내며 굴러다니는 듯하다. 물론 그 위를 지나는 건 사람들의 걸음이다. 아이들은 장난삼아 뛰고 연인들은 맨발로 차례차례 같은 걸음을 낸다. 늦가을에 이르러도 맨발은 시리지 않다. 그래서 사랑은 뜨겁다.

98미터의 압도적 황홀

하기야 하늘공원에서 뉘의 걸음인들 무료할까. 억새는 끊임없이 유혹한다. 높은 억새의 무리 사이를 지날 때는 억새와 그 너머의 억새와 또 그 너머의 억새가 바지런히 흔들리며 숲의 비밀을 가리는 시늉을 한다. 잠자는 억새밭의 공주라도 사는 걸까. 괜스레 호기심이 인다. 새로운 길이 열리는 갈림길에서는 그 억새들이 바람 따라 하나로 물결친다. 그 너머에 공주가 살 리 만무하겠구나 싶다. 아마도 연인 한둘쯤 사랑을 속삭이려나.

지난 2009년 10월에는 희망전망대도 생겼다. 설치예술가 임옥상의 「하늘을 담는 그릇」이다. 직경 13.5미터의 커다란 그릇은 억새의 숲 가운데 우뚝하다. 98미터의 하늘공원에서 다시 4.6미터 높이까지 올라간다. 하늘공원 어디에서나 보인다. 그리고 희망전망대인 「하늘을 담는 그릇」에 올라가면 하늘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뿐이랴. 그 너머로 서울의 사방이 시원스레 들어온다. 360도의 시계다. ‘하늘공원의 모든 길은 희망전망대로 통한다’는 말도 곧 생겨나지는 않을지.

좀체 쓰레기더미 위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하늘공원이 난지도의 제2매립지였다는 사실은 까마득히 잊혔다. 15년간 쌓인 9,200만 톤의 쓰레기라는 수치의 도발도 그 황홀한 풍광들 앞에서 옛 기억으로 스러진다. 이제는 그 길 위에 희망 같은 억새가 날리고 푸른 하늘 같은 낭만이 가득하다. 괜스레 쓸쓸해지는 마음마저 삼킨다. 압도적인 풍광이다. 그러니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출사 나가기에도 좋다. 무엇을 찍어도 그림이다. 다시 한 번 압도적인 풍광이다. 2009년 10월부터는 개방시간도 늘었다. 일몰 후 한 시간까지. 이전까지 여름 나절의 일몰은 늘 소원했다. 하늘공원을 찾을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그렇더라도 억새축제가 열리는 10월말이 제일이다. 가을 억새가 질 때쯤에는 해도 빨리 눕는다. 그러니 노을도 덩달아 서두른다. 풍력발전기 다섯 대가 바람을 품고 노을을 바라본다. 98미터의 선물이다. 그저 멍하니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도리가 없다. 하늘공원, 이곳이 서울의 천국이거나 낙원이지 싶다. 결코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테지. 의심나면 그 길 위에서 직접 확인해볼 일이다. 여전히 오르지 못할 나무라며 쳐다보지도 않겠다면야 나인들….